하늘이 너무 높구나(空が高すぎる)

1

原作はさみのなかま 翻訳izleiさま


서서는 교실을 둘러보며 점검했다.
바닥 청소는 완벽하다. 마치 거울처럼 아름답게 닦여 있다.
책상도 보기 좋게 정렬되어 있다. 잘 훈련된 병졸과도 같다.
책상 위에는 누군가 잊고 간 물건도 없고, 방석이고 문방구고간에 원래의 위치에 모두 돌려 놓았다.

모두가 전부 돌아가고, 청소도 모두 끝내고 난 뒤가, 서서의 시간이다.
다른 유복한 제자들과 달리 서서에게는 자기 책을 살 돈이 없다.
그래서 사마덕조(司馬徳操)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서고에 쌓여 있는 책을 매일 찬찬히 필사하고 있다.
덕분에 글자 쓰기는 많이 늘었다고 서서는 자부하고 있다.

전란 탓에 영락한 관료의 집안에 태어나, 아버지는 어렸을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둘이서 살아왔다.
철이 들고 나서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또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저자거리에 나가 어른들과 섞여서 일했다.
그러한 경우이기 때문에, 사마덕조의 휘하에 오기 전에는 글자를 조금밖에 알지 못했다.
어머니는 교양이 있는 사람으로 서서에게 문자를 가르쳐 주기는 하였으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필요최소한의 것.
책을 제대로 읽기에는 턱없이 지식이 부족했다.

그래도 고향 영천(潁川)의 거리에서는 서서는 알려진 편이었다.
아니, 알려져 있는 편이라고 추켜세워져, 본인도 우쭐해져서 그런 줄로 알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읽고 쓰는 것을 거의 모르는 저자거리의 사람들의 눈에는, 교양이 있는 특이한 검객, 이라는 식으로 비치어, 어쩐지 의지를 받고 있었다.

생각건대 그 작은 마을에서 다른 이들과 다소 다르다는 부분만으로 왠지 훌륭해진 듯한 착각을 할 수 있었던 때가, 자신에게는 행복했었을지도 모른다.
착각이라고 비웃음을 사도 상관없으니 그대로 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서서는 생각한다.

남들이 흠모하여, 곧바로 착각을 일으키고는, 요청해 오는 대로 원수갚는 일에 참가하다 붙잡혀, 저자거리에 돌려졌다.
어째서 저자에 돌려졌는가 하면, 복수를 부탁해 온 자를 감싸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었다.
이름을 대면 자신에게 복수를 의뢰한 자의 신원이 밝혀져 보복조로 제거당할 염려가 있었던 것이다.
복수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세간 또한 붙잡힌 서서를 동정하였다.
평소의 행실이 좋았던 탓이리라.
신분이 낮은 검객이 거리로 끌려나와 돌려져도, 마을 사람들은 누구 하나 관원에게 신고하지 않았다.
고향 영천 마을에서는 지금도, 이름 없는 사내가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어느 날 누구 솜씨인지는 모르지만 감옥에서 도망쳤다, 라는 정도로 되어 있을 것이었다.
실제로는 서서를 돕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이 움직여 주었던 것이다.
그저 흠모를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서서는 감추고 있었으나, 그러한 얻기 힘든 미점을 그도 아직 자각하고 있지 않다.

도망쳐서 기진맥진해 있던 것을 거둬 준 것은 사마덕조였다.
운이 나쁘면 노비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신분을 떨어뜨리고 있었으나, 우연에 우연이 겹쳐 사마덕조와 만났다.

내 운은 그 때 다 써 버렸을지도 모르겠군, 하고 최근에는 이따금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하고서는 부정적이 되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이래서는 안 되지, 하고 질책한다.
자신의 나이, 그리고 주위 상황의 변화. 이런저런 일들이 지금 서서를 괴롭히고 있었다.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옻으로 담담하게 죽간에 글자를 써 내려가고 있자니, 문간에서 덜컹 하는 큰 소리가 났다.
누군가 찾아온 듯하여, 끊기 좋은 곳까지 나아가서 그때서야 고개를 드니, 또다시 어딘가에서 싸움질을 하고 더구나 지고 온 듯한 공명이 부어오른 얼굴로 문간의 창살에 기대어 서 있었다.
- 또 눈에 띄는 화장을 하고 왔군.
얼굴의 상처는 이미 변색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맞은 후에 얼마간 기절해 있었던 듯했다.
옷 여기저기에 흙과 잡초잎이 붙어 있는 채였으나, 공명은 그것을 털어낼 여유조차 없었던 모양이었다.
- 졌나.
- 졌어.
입 속은 베이지 않은 듯하다.
공명은 짤막하게 대꾸하더니, 비척비척 안으로 들어와 서서 옆에 주저앉았다.

서서는 문방구를 정리하고, 공명의 부은 상처를 식히기 위해 안에서 찬물과 깨끗한 천을 가져왔다.
그리고 공명 곁으로 돌아오면서, 이 녀석 이 모양이라면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겠군, 하고 예측하였다.
심하게 싸움을 한 다음에는 공명은 상처가 나을 때까지 자기 집에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한 번 그대로 귀가한 일이 있어, 무서운 아내가 이상한 약을 얼굴에 처바르고, 동생 부부에게는 톡톡히 설교를 듣고, 할멈은 울음을 터뜨리는 등의 형편없는 꼴을 당했기 때문이다.
누가 나쁘냐고 한다면 싸움질을 하는 공명 쪽이겠으나, 공명에게는 공명 나름대로 싸움에 응할 확실한 이유가 있어서, 이걸 양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물로 식히는 것보다는 부인의 연고 쪽이 효과가 좋으련만, 하고 서서는 생각했으나, 공명은 시시한 농담에 맞장구를 친 결과 떠넘겨진 연상의 아내를 진심으로 무서워하고 있다.
본인 왈, <어떤 점에서도 당해낼 수가 없어>.
본인은 선뜻 입 밖에 내지 않으나, 부부라는 모양새는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단순한 동거인인 상태라는 듯하다.
듣기로는, 키가 너무 크다는 점을 빼면 흠잡을 것 없는 아내로, 얼굴도 괜찮고 피부도 희고 거기다 교양수준도 높은데다, 가사 전반은 깔끔하게 해내고, 덧붙여서 의학에 소질이 있다고 하는 덤도 붙어 있다.
뭐가 불만인가 하고 어이없어할 일이지만, 속박당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공명으로서는, 완벽한 아내는 본래 집주인인 공명보다도 완벽하게 집을 장악해 버려서, 그것이 공명에게 거북함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내의 일을 입에 올리면 공명이 기분나빠하는 것은 알고 있었으므로, 서서는 일부러 말을 눌러 삼켰다.

- 그래서, 원인은?
- 건방지니까, 라더라고.
서서가 느슨하게 감아 준 천의 찬 감촉에 공명은 기분 좋은 듯 눈을 감는다.
그러고 보면 처음 이 녀석을 만났을 때도 이런 식으로 치료를 해 주었었지 하고 서서는 떠올리고 있었다.
처음 이 녀석이 사마덕조의 사숙(私塾)에 들어왔을 때에는, 아직 키가 다 자라지 않았었던지라, 너무도 단정한 그 용모 때문에 어딘가의 공주님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던 터이다.
서주(徐州) 사람들의 예를 벗어나지 않고 키가 훌쩍 커 버린 지금도, 공명의 신기하게 중성적인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인지 숙부인지가 붙여 주었는지는 모르나, 상당히 기합을 넣고 붙인 듯한 화려한 이름도 인상깊었다.
아무튼간에 량(亮=밝게 빛나다)에 공명(孔明=매우 밝다), 한껏 반짝반짝한 인생길을 걷게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그런 부모의 소망을 배반하듯이 이 공명, 전혀 주위에 녹아들지 못하고, 신입인데도 말투는 신랄한데다 태도는 오만하나, 그닥 학업이 우수한 것도 아닌(그러나 입는 옷은 매일 다르다) 들쭉날쭉한 모습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고 싸움질만 하고 있다.
이 녀석이 몸에 상처를 만들고 있지 않은 때가 과연 있는가 하고 생각할 정도다.

- 전에도 말했잖아. 화가 날 만한 소리를 들어도 열 번 중 아홉 번까지는 참으라고.
너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성질이 급하니까, 남들의 배는 참지 않으면 안 된다.
- 오늘은 5대 1이었어.
- 흠.
- 열 번 중 아홉 번이니까, 다섯 명이라면 한 사람당 두 번까지가 한도라는 거겠지. 약속은 지켰다고.
- 또 억지 쓴다. 자, 이번엔 왼쪽을 봐. 그래그래……그래서, 무슨 말을 했길래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었나.

그러자 여느 때라면 폭력에 호소해서라도 지키려고 했던 자신의 주장을 서서에게 피력했을 공명은, 흥, 하고 고개를 모로 돌리고는, 서서가 직전까지 필사하고 있던 책을 보더니 말했다.
- 또 베끼고 있었어? 말을 해 주면 똑같은 걸 구해다 줄게.
- 부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난뱅이를 괴롭히는군. 내가 책을 베끼는 것은 물론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는 쪽이 공부가 되기 때문이야.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서 베껴 가면, 글씨 연습도 되고, 머리에 들어오잖아.
- 확실히 글씨 연습이야 되겠지만, 세세하게 글자를 베끼는 걸로 책이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머리에 들어올지 어떨지는 의문이군.
오히려 문자의 의미에 신경의 쓰여서 본래의 의미를 좇는 게 소홀해지는 건 아닐지.
사치부리는 게 싫으면, 출세하고 나서 갚아도 상관없어.
읽고 싶은 책은 내가 구해다 줄 테니까, 서형은 좀 다른 공부를 해야 옳다고.
하고, 공명은 부어오른 얼굴로 매달리듯 서서를 보았다.
감이 좋은 서서는 퍼뜩 깨달았다.
이 녀석, 내 일로 싸움질을 하고 왔군.
- 친절은 고맙지만, 그건 역시 그만두겠어. 난 글자를 베끼는 게 좋다.
- 확실히 옛날보다는 실력이 늘었어.

거절당하고 서글픈 표정을 지으면서도, 공명은 서서가 써 내려간, 그 야성적인 외견과는 어울리지 않게 크기도 균일하게 딱딱 맞추어진 꼼꼼한 글씨를 보며 말했다.
한편 공명은 또, 부드러운 여자 같은 얼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튀어오르는 물고기와도 같이 자유분방하고 힘있는 글씨를 쓴다.

- 그렇지만 글씨를 잘 쓰게 된다 해서 좋은 곳에서 관직에 오를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어. 글씨는 이제 충분히 잘 쓰니까, 다른 공부를 해야 된다고.
이런 말을 하면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아깝다고 생각해. 나는 서형은 다른 누구보다도 좋은 곳에 사관(仕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야.
- 그런 말을 하는 건 너뿐이야.
- 그래도 내가 말하는 건 잘못되지 않았어. 서형을 편애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게 아냐.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다고 생각해.
그러고서 몸을 내밀어 오는 공명을 서서는 손을 저어서 저지했다.
- 그만그만, 어쩐지 유혹당하고 있는 거 같군. 나는 이 사숙 내에서는 가장 공부가 뒤쳐져 있어. 그런 내가 일등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봐, 손가락도 긁혔잖아. 천을 대 둬라.
- 말 돌리지 말아 줄래. 서형은 학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
관직에 오르면, 문자 하나하나를 좇는 것은 그런 걸 잘 하는 부하에게 맡겨 놓으면 돼.
-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걸까.
- 또 그런다. 서형은 중요한 대목에서 본심을 숨기는군.
뾰로통하는 공명에게 서서는 쓴웃음을 띄웠다.
- 너한테 털어놓으면 또 폭주할 테니까 말야.
잘도 여기까지 걸어서 돌아왔네, 당나귀라도 탔나?
- 아니. 자고 있었더니…
- 기절해 있었더니, 겠지.
- ……자고 있었더니, 우연히 지나가던 친절한 사람이 이 근처까지 마차로 전송해 줬어. 좀 재미있는 얼굴을 한 사람이었는데.
어쩐지 얼굴이 웃고 있는 거야. 무슨 말을 해도 계속 웃고 있는 거야.
그건 웃는 얼굴이 원래 얼굴인 거라고 생각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영릉(零陵)의 유자초(劉子初)라더라.
- 그거, 유명한 영릉의 유씨 댁 젊은 주인이야. 유주목(劉州牧)의 초빙을 계속 거절한 그 유자초다.
지금은 군의 주부(主簿)를 맡고 있을 텐데, 드디어 꺾여서 유주목을 섬길 마음이 들었나.
- 친척집에 들렀다가 지금부터 영릉으로 돌아간다고 하고 있었으니,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
내 싸움 얘기를 들어도 5대 1은 비겁하구나, 라는 말밖에 안 했고.
그런가, 유명인이었나. 이름과 주소를 물어봤으니까, 분명 편지를 보내 줄 거 같아. 내 쪽에서도 답례장 겸 편지를 써 볼까.
-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흔치 않은 일이군.
- 이야기하기 쉬운 사람이었어. 친절하고, 거기다 재미있는 소리를 했다고.
사마덕조의 제자라고 했더니, 너도 언젠가 유주목을 섬길 건가 하고 묻지 않겠어.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대답했더니 깊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게 옳다, 유주목은 겉과 속이 크니까, 라는 거야.
무슨 뜻이냐고 물었지만 그건 대답해 주지 않았어.
- 이상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군. 그렇지만, 영릉의 유씨 집안은, 옛날 형주(荊州)의 경계선에서 손씨 집안과 유주목이 대립하던 시절, 같은 유씨이면서도 손가를 지지해서, 꽤나 미움을 샀지.
암살당할 뻔했다는 소문도 들었다. 그 일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 정보통이네, 서형. 그런가, 그래서일지도 모르지. 그 사람, 무의식중이겠지만, 영릉은 <내 땅>이라고 했지만, 여기는 <외지>라고 불렀어.
같은 형주를 이동하고 있다는 감각이 아니라, 남의 나라에 온 듯한 말투였어.
그 사람 속에서는 자기 고향 밖은 유주목이 지배하는 적지라는 느낌으로 되어 있는지도 모르지.
그건 알 듯한 기분이야. 나도 여기 와서 한동안은 여기가 <임시 거처>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으니.
- 지금도인가.
- 아니, 지금은 여기는 고향이야.

하고 공명은 말하고는, 서서 옆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힐끗 기분을 가늠하면서 말했다.
- 아까 얘기로 돌아가는데, 관직에 나갈 생각은 없어?
- 뭐야, 아까부터 내 얘기만. 너는 어때?
- 나는 관직에 나갈 생각은 없어. 다행히도 숙부께서 남겨 주신 것 덕에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동생들과 계속 여기서 살 예정이야.
- 흐응.
- 서형이 관직에 나가지 않을 거라면 더더욱 이대로도 좋아. 숙부님이나 어버님의 유지에는 등을 돌리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난 사람들이랑 잘 해나갈 수도 없고, 무리야.

이 녀석에게도 비슷한 고민이 있는 거로군 하고 서서는 생각했다.
생각한 것을 말하고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듯한 공명이었으나, 그것은 머리 회전이 빠르므로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제대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근래, 동년배 제자들이 차례차례 진로를 결정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집안을 이어가고, 어떤 이는 유표를 섬기고, 어떤 이는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인정받고 등용되었다.
서서는 사마덕조의 사숙 내에서 연장자 반에 속하여, 그럼에도 학업이 늦은 상황으로, 누구보다도 초조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

실제로 초조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을 뿐,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암담한 미래밖에 떠오르지 않아, 꽉 막힌 기분이 된다.
함께 고향 영천에서 흘러온 석광원(石広元)은 벌써 관직에 나갈 것이 결정되어 있었다.
그것 또한 서서를 초조하게 한다.

공명이 자신을 높게 쳐 주는 것을 서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어딘가 천진한 공명의 평가이므로 머리로 믿어야 좋을지 어떨지는 의문이나, 공명이 격려해 주기 때문에 아직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따르는데 귀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대로 공명이 말하는 대로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둘이서 시골에 머무른다고 하는 미래는, 서서의 안에서는 어떻게 해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 너, 그 얼굴로는, 오늘도 우리 집에서 묵겠지. 옷은 뭐 할 수 없어도, 적어도 얼굴은 삿갓으로 가려 줘.
안쪽에 선생께서 놓고 가신 게 있었을 테니, 그걸 빌리면 돼.
서서의 말에 공명은 군소리없이 따라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한숨 돌리고, 또 한 사람, 아까부터 악취미스럽게도 문간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 가끔 생각하는데, 공명의 바보스러울 정도로 정직한 면이랑, 네 묘하게 속닥속닥하는 면을 합쳐서 반으로 나누면, 딱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서서가 말하자 문 뒤에 숨어 있던 최주평은, 들킨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듯, 네모진 얼굴에 히죽 성격 나쁜 미소를 띄우고 나타났다.
- 놓고 간 물건을 찾으러 왔다만.
- 그거라면 거기 선반에 뒀다.
최근에 갓 최씨 집안의 대를 이은 사내는 하느작하느작 뽐내는 발걸음으로 서서가 가리킨 쪽을 향해 걸으면서 말했다.
- 실은 한 사람 더 있었는데.
- 누구.
- 아니, 넌 모르는 사람이다. 여자인데. 그리고 이것도 몰랐겠지만, 너를 사모하고 있었다.

최주평은 이따금, 이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당황할 정도로 당돌하게, 차갑고 심술궂은 면을 보일 때가 있다.
서서는 무엇이 계기인지 알 수가 없었으나, 최주평은 지금 심술을 부리고 싶은 기분인 듯하다.

- 농담이겠지.
- 농담일 리가. 아니 뭐, 네 성격상 어차피 흥미도 없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설명해 뒀다.
원직이 지금 치료를 해 주고 있는 녀석은 사내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남자의 모습을 한 여자라서, 원직이 돌봐 주고 있다, 하고.
아니, 설마 믿진 않겠지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믿어 버렸어. 그래서 울면서 돌아가 버렸지.
- 가끔가다 널 한 대 쳐 줘야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 때인지도 모르겠군.
서서는 협박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했으나, 최주평은 무서워하는 일도 없이 실로 태연자약한 태도로 말했다.
- 우리가 싸움을 벌이면, 보자, 누가 부상당한 공명을 네 집으로 데려가지.
그 녀석이 싸움질을 한 이유, 눈치채고 있겠지. 너다. 석광원이 관직에 나갔는데 네가 나가지 못한 것은 출신히 천해서이기 때문이라고 바보놈들이 요란을 떨었단 말이지.
그 중의 한 사람이 최근 번성(樊城)에서 벼슬하기로 정해져서, 아마도 그걸 자랑하고 싶었을 테지만, 공명한테는 통하지 않은지라, 화가 나서 자연스럽게 네 얘기를 꺼냈던 거다.
멍청하지, 확실히 5대 1로 공명 쪽이 졌지만, 나들이옷을 갈기갈기 찢기고 울 거 같은 얼굴로 돌아갔다고, 그 놈.

정말로 멍청하군, 하고 화를 삭이며 서서는 생각했다.
자신의 일을 들먹인 패거리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진심으로 화를 낸 공명에 대해서이다.
그리고, 공명과 자신은 출생도 성장도 전혀 다르지만 그 성질은 형제처럼 닮았다고 생각하였다.
옛날에 자신도 고향 마을에서 남을 위해 진심으로 분노하여, 그리고 분노에 휩쓸려 사람을 베어, 인생이 꼬였다.
아마도 공명도 같은 입장에 있었다면 똑같은 일을 하지 않았을까.

- 나들이옷을 갈기갈기, 인가. 그러고 보면 공명의 손톱이 자라 있었지.
- 재울 심산이겠지. 그럼 그 김에 잘라 주면 되겠군.
- 거기까지 하겠나. 알아서 자르라지.
- 그래? 가끔은 너희가 부러워진다. 공명이 말하던 것처럼 둘이서 시골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좋지 않나. 그게 허락되는 한이겠지만.
하지만 공명이 저렇게나 옆에 딱 붙어 있는 한은 너한테 부인은 안 오겠지. 파고들 틈이 없으니.
- 해괴한 농담 하지 마라. 그런 식으로는 되지 않아.
- 그럼, 관직에 나갈 셈인가.
- 생각은 하고 있어.
서서의 말에, 헤에, 하고 최주평은 솜씨있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려 보였다.
- 의외냐?
- 아니, 언젠가는 그러겠지 했다만, 어디로 말인가. 가까운 곳이라면 유주목이지만.

최주평의 말을 얄밉게 생각하면서도, 서서는 확실히 빨리 관직에 오르려면 유표밖에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릉의 유자초는 부모 대부터 옥신각신했던 일로 유표를 피하고 있는 듯하나, 자신은 유표와는 아무 일도 없는데다, 적어도 세간의 평판은 대체로 유표에게 호의적이었으므로, 벼슬살이할 곳으로는 나쁘지 않다.
다만, 유교 사상을 무엇보다 숭배하여 결벽증인 면이 있는 유표가 검객이었던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이다.

- 넌 관직에 나가지 않는 거군.
- 공명만큼은 아니지만 선조 대대로 내려온 재산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어. 게다가 나야말로, 관직이랑은 맞지 않는다.
친한 사람조차 화나게 만드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고 하니, 계속 시골에 있을 거다. 그렇게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출세에 미련도 없어.
- 깔끔하군.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으나 반발이 있는 것도 확실하다.
최주평은 호족의 아들이다.
이 전란의 세상에서도 먹고 사는 일에는 지장이 없는 인간인 것이다.
지금 자신이 가진 절박감이라는 것은 이 녀석은 이해할 수 없으리라.

- 어이, 원직, 만약 너만 괜찮으면, 유주목에게 널 소개해도 상관없어.
- 정말인가?
갑작스러운 제안에 서서가 놀라고 있으려니, 최주평은 벌써 문에서 몸의 반을 내민 상태로, 그다지 내키지는 않는 듯한 모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다만 별로 기대는 않는 편이 좋아. 들어 버렸다만, 유자초의 말은 옳다.
- 겉이라는 둥 속이라는 둥 하는 것 말인가. 무슨 뜻이지.
- 몰라도 상관없겠지. 네 쪽이 나보다 직감은 우수하니까, 자기 눈으로 유주목의 인물을 판별하면 돼.
만나는 것만은 거저다만, 어쩔 건가.
어쩔 거냐고 물어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서서는 최주평을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바다의 저편을 넘으려던 이의 이야기는 알고 있다.
대지의 저편을 탐방한 영웅의 이야기도 알고 있다.
그러나 하늘의 저편을 넘어 보려 한 자는 없다.
바다도 대지도 벌써 선구자가 있다면, 나는 하늘을 넘어 보자는 생각 안 드나.

꿈꾸는 듯한 석광원은 취하여 볼이 소년처럼 홍조를 띠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지금 천 리 밖에서 돌아온 것처럼 흥분해서.
석광원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는 자는 없이, 묘하게 의리있는 면을 보여 공명이, 하늘을 간다면 우선 날 방법을 생각해야, 하고 답했을 뿐이었다.
공명은 진지하게 답한 것인 듯했으나, 이것을 얼버무린 맹공위(孟公威)가, 날 거라면 신선이 되는 수밖에 없지, 하고 말을 꺼내어, 최주평이 여느 때에는 얌전한 주제에, 선녀를 잡아서 옷을 빼앗으면 돼, 옷에 하늘을 나는 힘이 있는 거다, 덤으로 선녀를 마누라로 삼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하고 꽤 아슬아슬한 이야기를 섞어 입에 올렸다.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빗나갈 대로 빗나가, 석광원이 진정 말하고자 했던 것도 애매하게 되어 버렸다.
그 후 석광원은 신천지를 향하여 여행을 떠났다.

하늘.
그것을 무슨 비유로 말한 것인지 그 때는 몰랐으나, 지금이라면 그렇게 흥분해서 이야기하던 석광원의 마음을 알 듯한 기분이 든다.
누구라도, 아무도 밟지 않은 땅을 제일 처음으로 밟아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선구자에, 아니, 인간의 선두에 서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뜻을 지닌 자의 건강한 사고이다.
학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이 전란의 세상에서 내가 목표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지 열심히, 고향의 어머니에게 좋은 소식을 들고 돌아가고 싶다고, 그것만을 생각하며 학문을 닦아 왔다.
유표 아래에서 벼슬살이를 한다면 생활은 안정되리라.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관직에 오르면 그것으로 된 건가.
나의 뜻은 그걸로 이루어질 것인가.

달빛만이 창으로 비쳐든다.
벌레 울음소리가 묘하게 귀에 감겨, 잠이 오지 않는다.
옆에서는, 싸워서 지친 것도 있는지, 공명이 조용한 숨소리를 내면서 자고 있다.
은은하게 달빛에 떠오르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그러고 보면 이 녀석은 관중(管仲)과 같은 재상이 되고 싶다고 했지, 하고 서서는 떠올리고 있었다.

석광원은 관직에 오르는 것으로 신천지에서 하늘을 제패할 정도의 공적을 올리고 싶다며, 그렇게 의지를 다지고 여행을 떠나갔다.
그 석광원에게 이 녀석은 하늘을 날 방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던 것이다.
확실히 이 녀석은 남들과는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식,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
이치를 따져 생각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직감적으로 본질을 파악하는 힘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남들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공명은 세간에 적응하지 못한다.
아니,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야말로, 오히려 공정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공명이 재상이 된다면 그것은 매우 재미있는 일이리라, 하고 서서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2へ続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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