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과 은의 빗(古鏡と銀の櫛)

후편(後編)

原作・はさみのなかま  翻訳・izleiさま

신야성에, 지금까지 없었을 정도로 불온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말하자면,

<제갈공명은 조조의 자객으로, 우리를 이간질시키기 위하여 파견된 <고경>이라는 자객이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붙은 말이 조운의 기분을 거스른다. 무엇인가 하면,
<그 조자룡이 농락당하여, 시키는 대로 따르게 되어 있는 듯하다>
유비는 그것을 알면서도 농담의 소재로 삼아, 입맛이 쓴 조운에게,
- 네가 여자를 취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데 있었군?
따위의 기분나쁜 소리를 하는 지경으로.
성 안의 누구나가 찌릿찌릿한 공기를 내뿜는 와중에서, 유비만이 여느 때 이상으로 온화함을 유지하였다.
- 역시 탕약이 좋아.
하고, 점점 더 탕약을 모두에게 권한다. 그러나 관우가 툭 흘린 말에 의하면,
- 몸에 좋다고 생각하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효과가 없다고 의심하면 효과가 없는 것 같게도 느껴진다.
라고 하는 애매한 것인 듯하다.
그것은 어찌되었건, 조운은 공명과 함께 따돌림을 당하는 입장이 되었음을 통감했다.
주위의 시선이 차갑다. 태도도 실쭉해졌다.
대화가 오가고 있는 현장에 마주치면, 조운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 대화가 딱 멈추는 것은 당연.
유봉을 시작으로 하는, 공명에게 강한 반감을 표하는 이들은, 조운은 우리를 배신했다고 말하는데다, 직속 부장들마저도 자룡 님은 어째서 그 분의 편을 드는 것입니까 하고 에둘러 불만을 호소해 온다.
조운은 변명을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공명은 모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겉만 번드르르한 것이 아니고 유비의 눈은 옳다고 생각한다고 대꾸하자,
- 너도 원래는 곱게 자란 도련님이니까 말이지.
하고, 반쯤 시샘 섞인 싫은 소리가 돌아왔다.

지금까지 편안했던 장소가, 천지가 뒤집어진 듯이 바늘방석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분위기에 조운은 익숙하지 않다.
우둔하게 행동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우둔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까지 친했던 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는 것은 이 정도로 고통과 고독을 느끼게 하는 것인가 하고 새삼 생각한다.
같은 편이 같은 편이 아니게 되는 소심함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견디기 어렵다.
역경에 처하면 사람은 스스로를 깊이 반성하는 법이다.
갖가지 생명의 위기를 뛰어넘어 온 조운이었으나, 이런 종류의 위험을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답지 않군, 하고 조운은 쓴웃음을 지었다.
답지 않다고 하면 생각이 너무 짧은 장비도 그렇고, 성 사람들도 과도하게 가시가 돋쳐 있는데다, 유비의 무관심함도 이상했다.
무엇보다도 이상하다고 하면, 그것을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스스로가 이상하다.
조운은 예민한 사람이었다.
결코 깊게 관여하지 않으나, 남의 기분을 관찰하는 일에 있어서는 확실하다.
여느 때라면 쉽게 낌새를 채고 천천히 밖에서부터 비틀린 부분을 교정해 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 아니었던가.
그것을 잊고 어째서 나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에 휩쓸려, 재앙의 중심에 있는 것인가.
그 원인인 사람은, 소문을 알고 있을 것이었음에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일을 해치우고 중상모략 따위 뉘 집 개가 짖나 하는 식으로 서늘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공명은 몰래 성을 빠져나갔다.

조운은 이번에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적어도 장비처럼 공명을 죽여 버리라고 소리 높여 말하는 사람이 있는 이상은, 야밤의 외출 따위 당치 않은 일이다.
하물며 여자와 통하고 있다는 것 따위, 그야말로 비방할 거리를 제공하여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
주기로서, 그리고 같은 입장이 된 자로서, 공명의 밤놀이를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운은 공명의 뒤를 밟았다.
단지 얼굴을 마주하고 충고한 것으로는 이런저런 얘기로 어물쩍 넘겨질 우려가 있다.
현장을 덮쳐서 밤놀이를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셈이었다.


달이 떠 있었다.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구슬프게 귀에 닿는다.
공명은 가벼운 차림으로 아무도 딸리지 않은 채, 혼자 인기척 없는 밤길을 발걸음도 경쾌하게 나아간다. 식음을 전폐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된 걸음걸이이다.
달빛에 떠오르는 뒷모습은, 이제부터 만날 것에 들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느긋하군, 하고, 그 때만큼은 조운도 공명을 얄밉게 생각했다.
공명은 복잡한 길을 계속 돌아, 드디어 한 채의 작은 민가에 도달했다.
문을 두드리자 곧 문이 열렸다.
공명은 장신을 굽혀 좁은 문 틈으로 들어간다.
조운은 그 뒤를 밟아, 슬쩍 문에 귀를 갖다대었다.
안에서는 속닥속닥하는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교성이라면 곤란한데, 하고 생각했던 조운이었으나, 그런 것은 아니다.
- …그래서, 신야성 사람들은 소문대로야?
남자다. 아직 젊은, 힘있는 시원스런 목소리였다.
- 소문 이상으로 심해.
하고, 이건 귀에 익은 공명의 목소리이다.
조운은 생각지도 않았던 일에 긴장했다.
소문을 믿고 공명은 여자와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공명은 간첩이라서, 어딘가와 통하고 있는 건가?
- 누가 나쁘다, 하는 것이 아냐. 오히려 사람들의 굳은 유대는 감동적이기조차 하다. 그러나, 그게 화가 되는 일도 있다고.
그 사람들은 줄곧 자신들과 같은 종류의 사람밖에 받아들이지 않았어. 검이 불에 달궈져 강도를 늘려 가는 것과 똑같아서, 그들도 몇 번의 전투를 넘겨, 비길 데 없는 강함을 손에 넣었다.
그렇긴 하나, 유감스럽게도 그 검을 휘두르기 위한 지혜가 부족하지. 이를테면, 천하에서 제일 센 검이 있다고 하자. 그러나 그 소유주는 어리석은 자로, 검을 쓰기 위해서는 검집으로부터 검을 끄집어내야 된다는 것조차도 깨닫지 못해.
검집에 든 검 따위 그냥 쇠막대기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공격은 막을 수 있어도, 베어넘기는 것은 할 수 없어.
- 엄격하군. 그게 자네가 본 유비라는 건가. 서서의 힘으로 조금쯤은 괜찮아진 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야.
- 서형은 잘 했어. 그렇지만 굳이 말한다면, 서형이 받아들여진 것은 신야 사람들이 서형을 자기들과 같은 축의 인간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지.
본래 검객이었다고 해서 쉽게 받아들여진 모양이니까. 그 점에서 난 힘들어. 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선비>니까 말야.
- 선비? 자네를 그런 식으로 말하고 있는 건가? 그건 꽤나 겉보기랑은 다르군.
- 그들 입장에서 보면 나 따위는, 자기 혼자 안전한 곳에 있으면서 남을 사지로 가라고 지시하는 재수없는 놈으로 보이겠지. 뭐, 사실이지만.
- 그건 군사라는 것을 오해하고 있는 거라고. 그 정도로 수준 낮은 무리인가.
- 어이없는 일은 산처럼 쌓여 있어. 신야성은 굳건해 보이나 사실은 주공께서 계시니까 유지되고 있을 뿐인 거라, 조직으로서는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다. 계통이 선 지시를 전혀 내릴 수 없는 상태인 거다.
지금까지 어떻게 하고 있었냐 하면, 누군가가 곤란에 처하면 누구 여력이 있는 이가 도와준다고 하는, 눈물나는 자기희생 정신이 있어서, 이게 유비의 힘이 되고 있기도 하다만…뭐, 처음으로 돌아오지만, 물론 그런 적당적당한 관계로는 천하 따위 가질 수 없지.
유비가 몇 번이나 좋은 기회를 얻으면서도 곧바로 영토를 잃은 것은, 사람에 대한 약한 마음 때문이다.
하고, 공명의 짧은 조소가 들렸다.
그것만으로, 조운의 분노에는 불이 붙었다.
이 녀석, 역시 장비들이 말하는 대로의 <썩은 선비>였던가? 나는 속고 있었던 건가?
- 그러면, 만약 신야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면, 역시 유비를?
- 그렇겠지. 주공이 없어지면 그 집단은 와해된다. 몇만 병사를 동원할 필요도 없어. 단 한 사람의 실력 좋은 자객이 있으면, 그걸로 끝나는 거지.
공명은 이어서 무언가 말했으나, 조운의 귀에는 이미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문답무용으로 문을 박차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순간, 위장을 자극하는 좋은 냄새가 확 풍겼다.

그 위화감에, 조운은 검을 빼던 손을 도중에 멈추었다.
탁자 앞에 두 청년이 있었다.
한 사람은 공명. 입으로 가져가던 젓가락을 멈춘 채로, 뛰어들어온 조운을 돌아다본 자세 그대로 굳어 있다.
너무도 무방비한 모습에, 조운의 살기는 보기 좋게 꺾였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요리를 가운데 낀 너머에는, 본 적이 없던 착해 보이는 기품있는 청년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멍하니 조운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간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분위기는 바로 양가의 도련님의 그것으로, 전혀 세간에서 어긋나 있지 않은 듯했다.
- ……뒤를 밟아 왔나.
하고, 공명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 아아.
라고만 조운은 대꾸했다.
몹시 겸연쩍다. 슬금슬금 뽑아들려던 칼을 칼집에 도로 넣었다.
침묵이 흘렀다.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하는 소문은 부정되었다.
오가던 대화는 불온하긴 하지만, 간첩일 가능성도 적다.
그렇다고 하면, 이 청년은 뭣 때문에 이런 곳에서 식사 따위를 하고 있는 건가.
- 저어, 누구신지?
하고, 침묵을 깬 것은, 탁자 너머에 있는 청년이었다.
불빛에 떠오르는 그 용모는 선량한 양가의 아들에 딱 맞는 것이었으나, 진귀하게도 눈썹만이 희었다.
희다고는 해도 눈처럼 새하얀 것은 아니고, 검은 머리칼과는 대조적으로 색이 극히 옅은 것이다.
그 때문에 이 청년은 꽤나 연약하게 보이는 것이 흠이었다.
- 량(良)군, 소개하지, 이게 상산(常山) 진정(真定)의 조자룡이다. 자룡, 이쪽은 마씨 집안의 자손인 마계상(馬季常).
자신의 취급이 <이것>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조운은 <백미(白眉)>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의 준걸인 마량의 평판은 들은 적이 있었으므로, 곧바로 예를 표했다.
마량도 조운의 평판은 들은 적이 있는 듯, 즉시 표정을 바꾸어 유려한 동작으로 예를 표하였다.
이것으로 진정된 조운은 어색하게 젓가락을 멈추고 멍하니 있는 공명에게 물었다.
- 그래서, 넌 뭘 하고 있는 건가.
- 식사.
- 그건 보면 알아. 확실히 성에서는 저녁밥은 필요 없다고 하고 있었던가. 그런데 어째서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있는 거지?
- 그렇지, 자룡 님도 국을 드시죠. 다시 데워 오겠습니다.
하고, 긴박한 공기를 진정시키듯 차분하게 마량이 말했다.
안쪽에 하인이 물러가 있는 듯, 조운이 말릴 틈도 없이, 국을 데우도록 지시를 내렸다.
- 사람이란 건 배가 고프면 기분이 날카로워지는 법. 배만 부르다면, 사람은 웬만한 일에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량(亮)군도, 사양 말고 더 들게. 자네는 우리 대표로서 유비 님을 섬기고 있는 거니까, 많이 먹고 힘을 내야지.
마량은 그런 소리를 하면서 사람좋음이 배어나오는 선량 그 자체인 웃음을 보내 왔다.
그것이 지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유랑생활로 인간에 대한 관찰력을 갈고닦은 조운은 곧 꿰뚫어보았다.

이윽고 내온 국을 적당히 들이키면서, 왜 난 이런 곳에서 얌전하게 국 따위를 마시고 있는 거지 하고 조운은 고개를 갸웃했다.
소박하면서도 요리는 제법 맛있어서, 신야성에서는 제대로 젓가락을 놀리지 않던 공명도, 마량이 권하는 대로 더 먹기까지 하고 있다. 공명은 마량에게는 경계를 풀고 있는 모양으로, 가끔 가벼운 어투로 말참견하면서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신야성에서의 팽팽하게 긴장된――하고, 지금 이 얼굴을 보니 상당히 긴장한 얼굴이었다고 조운은 이해했다――얼굴과는 전혀 다른 온화한 표정. 마치 딴 사람 같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얼굴에 드러났던지, 공명은 조운과 시선이 부딪히자 무연히 말했다.
- 내 얼굴이 그렇게 재미있나. 밤길을 일부러 따라올 정도로 좋아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 덮어씌우지 마라. 소문이 심해지고 있는 건 알고 있겠지. 어째서 일부러 발목 잡힐 만한 짓을 하는 거지? 별의별 의심을 다 받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살해당하고 싶은 건가.
- 살해당하는 따위의 실수는 하지 않아. 하지만 량 군…아니, 계상도 말했다만, 배가 고프면 아무것도 못 하니까.
- 개 시체가 있던 우물은 닫히고 다른 우물로 요리를 하고 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다고 말할 참인가. 신경질적인 것도 정도가 있어.
공명은 눈을 깜빡이더니 괴이쩍다는 듯이 조운을 보았다. 매번 이 애송이는 대체 나의 무엇이 그리 신기해서 이렇게 빤히 쳐다보는 건가, 하고 조운은 생각했다. 뚫어지게 쳐다본들 거기에 답이 떠올라 있는 것도 아닌데다…조운으로서는 특별히 이상한 말을 입에 올린 기억도 없다.
- 내가 조조의 자객이라 의심해서 뒤따라온 것이 아니었나?
- 설마. 자객이라기엔 너무 화려하다. 신야성 전원으로부터 의심받고 감시당할 정도의 인간은, 이미 그것만으로 실패다.
그 소리를 듣자 공명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으나, 그것을 감추듯이 해서 무연히 말했다.
- 그러면 어째서 문을 박차고 나타난 건가. 가엾게도 자물쇠가 부서져 버렸어. 이 집은 말야, 마씨 집안 요리사의 친정이다. 모처럼 호의로 빌려주어 쓰고 있었는데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조운은 힐끗 문을 보았다. 박차고 들어온 문은 덜렁덜렁 맥없이, 부서진 자물쇠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 미안하다. 변상은 하지.
어째서 이 녀석에게 사과해야 되는 거지?
석연치 않으면서도 조운은 고개를 숙였다. 공명은 오만하게 말했다.
- 그렇게 해라. 그런데 대답이 없군, 자룡.
- 그건 네가 주공을 헐뜯는 듯한 대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흠, 엿듣고 있었나. 농염한 목소리가 아니었으니 미안하군.
모조리 앞질러지고 있는 데다 가는 길마다 막혀 있는 듯한 기분이 되었으나, 조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 오히려 잘 됐다. 여자가 얽히면 곤란해. 그것보다, 굳이 말하지만, 아무리 친한 사람들끼리 몰래 하는 이야기라도 언동이 너무 가벼운 것은 아닌가. 너를 의심하는 사람이 들었다간 곧바로 의심받고 처형장으로 끌려갈 거다.
- 그러나 사실이야. 주공 자신께서는 그걸 눈치채고 계시다. 그런데도 당신들은 그에 따르지 않아. 당신들이 지금 존재하는 것이 대체 누구의 힘인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어버리고 있는 거다.
마량과 하인이 식후의 술을 운반해 왔다.
그러나 공명은 손을 저어 그것을 저지했다.
- 미안하지만 오늘 밤은 필요 없어. 술로 이야기를 어물쩍 넘겨 버리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미안한 김에 하나 더. 잠시 둘만 있게 해 주지 않겠나.
마량은 공명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까딱하고는 안채로 물러갔다.
마량이 가 버리자 공명은 전에 없이 번뜩이는 진지한 눈길을 조운에게 향했다.
그것은 실로 누운 용의 이름에 걸맞은 당당하고 엄격한 눈빛이었다.
- 자룡, 지금부터는 정확한 정보인데,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 주공을 위한 이야기라면.
- 좋아. 알겠나, 조조는 근시일 내로 형주를 목표로 남하해 온다. 조조가 오기 전에 우리는 제대로 된 조직으로서의 형태를 갖추지 않으면 안 돼.
이번에는 조조는 주공을 잡으면 반드시 죽일 것이다. 그도 이제 나이가 들었어. 아마도 단숨에 남쪽으로 밀고내려와 형주를 빼앗고, 그것을 발판으로 강동을, 마지막에는 익주를 취할 심산이겠지.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조조 쪽에서 보면 우리쯤은 목구멍에 걸린 생선가시 정도의 장애물에 지나지 않을 거다. 그러나 그 방심이야말로 파고들 틈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좋은 계책을 마련해도, 어차피,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야. 사람들 간의 연계가 잘 되지 않으면 계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 네가 아까 마씨 집안 남자와 이야기하던, 어리석은 자의 비유인가.
- 그래. 같은 편끼리 싸우고 있을 시간이 없어. 그러나 실상은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다.
서형으로부터 들었던 신야 사람들은 좀더 총명하고 기분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의 신야 사람들은 환관들처럼 음습하잖아.
- 아니, 그거 말인데, 확실히 최근에 다들 모습이 이상하다. 주공도 활기차시지만, 역시 좀 달라.
옛날이라면 여럿의 이변에는 맨 처음으로 눈치채고 큰 일이 나기 전에 손을 쓰셨을 텐데, 이번에는 아무 일도 하시지 않는 것이, 깨닫지조차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다.
- 나도 이상하다고는 생각해. 나는 내가 주공을 섬기기 전의 당신들 일은 모른다.
그러나 서원직이라는 남자는 사람을 보는 눈이 훌륭해서, 절대로 과장해서 말하는 사람은 아니었어.
서형이 말하는 인물과,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인간상은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당신들뿐만이 아냐. 나도 한동안은 이상했다. 필요 이상으로 주눅들어서 모든 것을 나쁘게 받아들이고, 공격적이 되어 있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자룡, 일전의 술자리에서 국그릇에 독나방이 들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나?
- 기억하고 있다.
- 사실은 그 후에 기분이 나빠져서, 한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보통은 그렇게 되면 기분이 점점 더 나빠지는 법이겠지?
그런데 그렇지 않았어. 그래서 당분간 강변의 공사현장에서 식사를 나누어 먹고 신야성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도록 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점점 기분이 나아졌다.
처음에는 우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계속되는 사이에,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

조운은 공명의 다음 말을 기다리기 전에 눈치챘다.
그러고 보면 강변에서의 사고가 있던 아침에도, 공명은 식사를 하지 않았다.
식사, 한동안 단식, 이어서 우물에 개 시체가 있던 사건.

- 설마, 개 시체를 던져넣은 것은, 너였나?
- 실제로는 던져넣지 않았지. 성 아래에서 죽은 개를 계상에게 구하게 해서, 우물가에다 놓고, 물을 끼얹어서 그렇게 보이게 한 다음에, 소문을 흘렸을 뿐이다.
내 덕에 다들 소문을 퍼뜨리는 습관이 정착되었는지, 기분이 좋아질수록 퍼지는 게 빨랐군.
덕분에 그 우물의 물은 아무도 당분간 쓰지 않아. 새 우물에는 몰래 감시를 붙여서, 수상한 자가 접근하면 곧바로 잡을 수 있게 지시해 놓았다.
어떤 종류의 약인지는 모르겠지만 3일 정도면 효과가 없어지니까, 단련된 당신들이라면 좀더 풀리는 게 빠르겠지.
- 약을….
공명은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것이 <고경>의 수법이다. 고경(헌 거울)이라는 것은 잘도 붙였군. 헌 거울이라는 것은 사람의 모습을 왜곡하여 비추어내지.
약의 힘으로 사람을 의심에 빠지기 쉽도록 해서, 거기에 서로 반목할 만한 소문을 끊임없이 퍼뜨린다. 한 번 파괴된 인간관계는 회복하기 어렵다. 인간관계가 나빠진 조직만큼 깨뜨리기 쉬운 것은 없어. 조조는 그렇게 해서 원소를 파멸시킬 지반을 만든 거였다.
오싹한 이야기였다. 약 때문에 마음이 속아, 본심이 아닌데도 서로 상처입히고, 자멸해 간다. 이만큼 음습한 수단이 있을 것인가.
- 성 안에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군. 모두에게 알려야겠다.
하고 의지를 다지는 조운이었으나, 공명은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 지금은 안 돼. 누가 <고경>인지 모르니까. 대강 감은 잡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다.
그자는 주공의 신임이 두텁기에 이쪽도 섣불리 손을 쓸 수 없어. 그걸 계산한 것이겠지만….
- 거드름피우지 말고 말해. 누가 <고경>인가?
- 은 빗.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군. 언제까지고 량 군을 안채에 가둬 둘 수도 없지. 슬슬 성으로 돌아갈까.
하고, 공명은 슬쩍 받아넘겼다.


- 조조는 대단한 남자로군.
돌아가는 길에, 달빛에 의지하여 성으로 가는 길을 밟으며, 공명은 중얼거렸다.
- 그 말대로다. 천하에 이름을 날리는 남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는 짓이 지독하군.
하고 조운이 욕을 하자, 공명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 조조는 남에게 무슨 소리를 들어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확실히 더러운 수법이긴 하나, 이 책략에 의해서 우리를 치는 것이 쉬워진다면, 그건 동시에 자기 편 병사들의 피해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같은 편 병사들로서는 이만큼 든든한 남자는 없겠지.
- 하나, 조조가 아직 패업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인덕이 부족하기 때문일 거다.
- 인덕이라는 것은 뭘까. 요순시대처럼 자연스럽게 덕에 의해 나라가 다스려진다고 하는 것이 진짜 있는 일일까.
확실히 이상은 높아야겠지만, 거기에 도달하기까지의 길에서는, 악이라고 불리는 것에도 감히 손을 적셔야 되는 일도 나타나겠지.
그런 각오가 없다면 천하를 노려서는 안 될지도 몰라.
- 그거야말로 그릇의 문제가 아닌가. 조조는 조조의 수단이 있고, 주공에게는 주공의 수단이 있다.
설령 주공께서 조조와 같은 입장이 되었다 한들 과연 같은 명령을 자객에게 내릴 것인지.
- 안 내리시겠지.
- 그렇겠지. 분명 멀리 돌아가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만, 그래도 주공께서는 오늘까지 스스로의 길을 놓치지 않고 걸어서 살아남았다. 그래서야말로 우리는 주공을 믿고 있는 것이다.
우직하다고 비웃을지도 몰라. 그러나 그 어리석음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의 마음이 구원받았다. 주공을 평가할 때는 조조와 같은 선에다 놓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주공의 뜻은 누구보다도 높다. 그분은 이후로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구원할 거다.

문득 공명이 이상하다는 듯 조운을 보고 있다.
- 주공의 일이 되면, 말이 술술 나오는군.
- 그런가? 관우 님만큼은 아냐.
- 헤에, 그 사람, 얘기도 하는가. <음>이랑 <승낙할 수 없다>밖에 말 안 하는 건가 하고.
- 그건 대화를 걸 말이 틀린 것이지. 다음에는 주공에 대해서 물어봐라. 그야말로 묻지도 않은 것까지 이것저것 알려줄 거다.
- 그런가. 사실은 성 안 사람들 중에 그 사람만 파악할 수가 없었다. 상당히 상성이 나쁜 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까다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마음에 든 자에게는 완전히 모든 걸 바치지. 주공께선 사람을 고를 때는 반드시 관우 님의 의견을 반영한다. 네가 군사로서 선발된 것도, 관우 님의 의견이 적잖이 들어 있을 테고.
- 그런 건가. 그럼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좋을까. 자룡은 얼마나 걸려서 친숙해졌지?
- 반 년 정도 걸렸나. 그렇지만, 지금도 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 그건 알 수 있지. 당신은 장비 님은 <장비>고, 관우 님은 <관우 님>이니까.
하고, 공명은 소리내어 웃었다. 거기에 이끌려 조운도 미소했다.
수 주 전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터놓고 있다.
요컨대 이 청년은 원래부터 내성적이고 낯을 심하게 가리는 것이다.
거기다 못된 짓을 당하고 있었으니, 안으로 숨어들어 공격적이 되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조운은 같은 편이라고 판단하여, 간신히 마음을 열어 왔던 것이었다.
이것도 또 나쁘지 않군, 하고 조운은 생각했다.
공명이라는 사람은, 틀어막힌 공기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들이는 듯한 시원스러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
성격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으나, 그것도 아직 젊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눈감아 줄 수 있다.
성 사람들은 약기운이 빠져나갔다 해도 기억이 없어지는 건 아니므로 당분간은 조운과 공명을 한데 묶어 취급할 것이다.
같은 운명이 된 셈이니,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보다는 서로 돕는 편이 훨씬 건전하다.
- 그런데 유봉 님 말인데, 양자로 들어올 때 관우 님이 반대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인가.
- 아아. 주공께선 마음을 쓰셔서 그 일을 덮어 두고 있었지만, 어딘가에서 누설되어서 지금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유봉의 관우를 대하는 태도가 서먹서먹한 것이다.
- 그래서야 유봉 님도 괴롭겠군.
- 설마 직후에 아두(阿斗) 님이 태어나시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불안한 입장에서 양아버지인 유비가 자신도 아두도 돌아보지 않고, 군사로서 초빙된 공명에게 푹 빠져 있는 것을 눈 앞에서 본다면, 기쁘지 않은 것은 당연하리라.

조운은 딱 발을 멈췄다.
조운의 움직임에, 공명은 맞추어 발을 멈추었다.
무슨 일인가, 등등 바보스럽게 물어 오지 않는 것이, 이 청년군사의 감이 좋은 점이다.
기색은 하나…둘.
- 검은 갖고 있나.
- 작은 검이지만.
-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신호하면 똑바로 성으로 향해라. 발을 멈추지 마라.
공명은 알았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 속에 숨긴 단검에 손을 뻗었다.
슉,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조운은 곧바로 어둠 속에서 발하여진 그것을 검으로 쳐냈다.
- 가라!
신호하자, 즉시 공명은 달려나갔다.
그것을 좇기 위하여 자객이 둘,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조운은 재빠르게 그걸 저지하여 상대하기 시작했다.
자객은 무서울 정도로 몸이 가벼웠다.
작은 체구에다 잽싸서, 마치 제비처럼 몸을 피한다.
한 사람뿐이라면 손쉬우나, 적이지만 훌륭한 연계로, 오른쪽에서 오는 걸 피하면 곧바로 왼쪽에서 칼이 날아드는 식이었다.
일격 일격의 세기는 대단치 않다.
그러나, 한 순간도 같은 장소에 있지 않는 상대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은 만만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상대를 붙잡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뭘 위한 주기인가.
조운은 공명이 꽤 벗어났을 무렵을 계산하여 반격을 개시했다.
순간, 속도를 늘린 검끝에, 자객들이 당황한 것을 공기로 알 수 있었다.
일단 분위기를 휘어잡으면 그 뒤는 이쪽의 마음대로다.
장비와 진지하게 대치한 후로는 자객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말뚝이 날아왔다. 그것을 조운은 어려움 없이 뛰어넘었다.
달빛에 비치는 그 흰 칼날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보였다.
생명을 부여받은 쇳덩어리가 어둠을 가르고 찢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약기운이 빠진 것일까. 밤의 어둠 속에 있어도 시야가 명확했다. 상대의 움직임이 손에 쥔 듯이 보인다.
뛰어오른 한 사람의 다리를 겨냥하고 날카롭게 칼을 휘둘렀다.
타격감이 있었다.
미지근한 액체가 공중에 튄다. 털썩 하고 지면에 몸이 떨어지는 소리.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의 일격보다 둔하다.
동료가 쓰러졌으므로, 놀라고 있는 것이리라.
그 흰 칼날을 몸을 굽혀 피하고, 조운은 기다렸다는 듯이 쓰는 손의 반대편 손에 검을 쥐고 자객의 목을 일격에 쳐냈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넘기면서 손을 등 뒤로 돌려 검을 바꾸어 잡고, 상대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공격을 행하였던 것이다.
땅바닥에는 엎드려 기면서도 도망치려고 신음하는 인영이 있다.
- 운이 없었군.
그것만을 제물에게 말하고는, 조운은 자객의 숨통을 끊었다.

정적이 다시금 어둠을 감싼다.
공명은 성으로 달아났다. 이것으로 끝일 터이다.
그런데 이 가슴의 두근거림은 어찌된 것인가.
몇 번의 전장에서 길러진 제6감이 좋지 않은 소식을 호소해 온다.
공명은 정말로 성으로 도망쳤을까.
그런 의혹이 가슴에 떠오른 순간, 조운은 다시 한 번 마량이 있던 집을 향해 달려나갔다.
어리석었다. 어째서 자객은 이제 와서 공격을 걸어 온 것인가.
<고경>은 공명을 노려, 감시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면 주기인 자신의 동향도 감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집에서 이야기하던 것을, 도청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법이 밝혀지고 정체조차 드러난 것을 깨닫고 입을 봉하기 위해 공격을 해 온 것이다.
그러면 똑같이 집 안에 있던 마량도 입막음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공명도 그것을 깨닫고, 친우를 구하기 위해 마량의 집으로 향했다…
한동안 나아가자, 마량의 집 방향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
섬뜩 간담이 서늘해졌다. 빨갛게 어둠을 태우는 화염이 작은 집을 감싸, 인근의 주민들이 당황해서 피난하고 있다.
늦었다.
아연해하는 조운의 어깨를 난폭하게 붙드는 자가 있었다.
- 자룡, 잘 왔다! 도와 줘!
- 무사했나.
- 나는 무사하다만, 집은 안 무사해! 빨리 도와라!
그것만 말하고는, 항상 아름다운 용모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공명이, 땀투성이가 되어서는, 인근의 장정들에게 호령하여 불이 붙은 집을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이미 물로 불을 끄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공명은,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집을 부수기로 결정한 것이다.
공명의 목소리라는 것은 신비한 위력을 갖고 있어서, 왠지 혼란 속에서도 확실하게 잘 들려온다.
윽박지르는 것도, 위압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집 옆에는 아연히 서 있는 하인과 주인인 마량의 모습이 있어, 다행히도 어느 쪽도 부상은 없어 보였다.
이윽고 집은 무너져, 불은 이웃집에 옮겨붙는 일 없이 진화되었다.

그렇게 해서, 공명에게서 들은 것은 이런 이야기였다.

공명은 우선 성으로 향했다.
그러나 곧 중요한 일을 깨달았다. 지금 공격을 받은 것은 틀림없이 마량의 집에서의 대화가 새어나갔기 때문이라, 입막음을 위해서인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함께 집에 있던 마량도 목숨을 위협받는다.
검을 숙부나 서서에게서 배웠다고는 해도, 사람을 베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여기서 몇 안 되는 붕우를 모른 체하는 짓 따위 공명은 할 수 없다.
과연, 마량의 집으로 뛰어가 보니, 자객들이 마량들을 한창 덮치고 있었다.
마량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요리사 하인이라는 자가 한 가닥 하는 사람이라서, 자객의 공격을 어찌저찌 받아넘기고 있었다.
집이 좁은 것도 다행이었다.
거실로부터 주방으로 통하는 좁은 문에 하인은 진을 치고, 그 등 뒤로 주인인 마량을 감쌌다.
아무리 숙련된 자객이라도 기동력을 발휘할 수 없으면, 특기인 동시공격을 시전할 수도 없다.
그러나 찾아온 공명을 보자마자 두 자객은 한꺼번에 공명에게 달려들었다.
오히려 날아서 불 속에 뛰어든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서도 공명도 또한, 하인과 나란히 문 앞에 진을 치고 그 공격을 소검으로 막았다.
잘 막았다고 생각한다, 는 것은, 본인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어차피 실전경험과는 거리가 먼 문관. 숨이 차올랐다.
반복되는 공격 중 몇몇은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옷을 찢었다.
새하얘진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그래도, 모처럼 주공에게서 받은 비단으로 만든 건데, 하고 짜증을 내고 있자니, 드디어 한쪽의 자객으로부터 마무리 일격이 들어왔다.
그것은 있는 대로 원한을 담은, 순수한 살의의 덩어리였다.
딸랑, 하고 서늘한 방울소리가 들렸다.
그런가, 이 자가 망루에서 나를 밀어 떨어뜨리려던 자인가. 수긍은 했지만, 이미 손 쓸 도리가 없다.
여기까지인가.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 있어서, 신중한 공명의 경우에는, 눈 앞에 죽음이 있는 아슬아슬한 수라장이란 것은 그것이 아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그럼에도 눈을 감지 않은 채, 자신의 목숨을 빼앗으러 달려드는 그것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 날카로운 금속음이 나고 칼끝이 크게 비켜갔다.
놀랍게도 다른 자객이 그 일격을 쳐냈던 것이었다.
- 이야기가 다르잖아! 이 남자는 죽이지 말고 허도(許都)로 연행하라는 조공의 명령을 잊었나!
그러나 공명을 해치려던 자객은 침묵했다.
움직일 때마다 딸랑 하고 방울소리가 들린다. 수라장 속에서도 그 소리는 이상하게 귀에 남았다.
그 때, 주방에 피난해 있던 마량이 자객들의 등 뒤로 몰래 돌아 다가가서는, 손에 든 항아리의 내용물을 끼얹었다.
적들도 이제껏 겁을 먹고 나오지 않던 남자가 갑자기 수작을 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우선은 귀찮은 놈부터, 하고 공명에게 등을 돌렸다.
그러자 마량은 하인에게 명했다.
- 지금이다! 불을 붙여라!
항아리 속 내용물은 기름이었다.
하인은 시키는 대로 부뚜막에서 꺼내 온 불씨를 자객들에게 내던졌다.
순간, 작은 집 안은,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변했다.
자객 중 한 명은 완전히 화염에 휩싸여, 그대로 무너져내려 절명했다.
또 한 사람, 공명을 죽이려던 쪽의 자객은 한쪽 팔을 불길에 먹히면서도, 공명의 제지를 뿌리치고 집 밖으로 달아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그런 얘기라, 량 군이 망연히 있는 건 집이 불타 버려서가 아냐. 자신이 그렇게 대담해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멍해 있는 거다.
라고, 이야기를 맺으면서 공명은 말했다.
조운은 힐끗, 몹시도 착해 보이는, 그리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무너져내린 집을 바라보는 마량을 건너다보았다.
유유상종, 이라는 말이 언뜻 머리를 스쳤으나, 조운은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신야성.
어둠에 불빛이 켜졌다.
은은히 떠오르는 그 불빛은 따뜻하여,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달빛과 등불의 빛이 교차하여, 어둠 속에 닫혀 있던 방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누구나 잠든 성 안에 홀로 움직이는 그림자가 있다.
흐릿한 불빛에 떠오르는 그 윤곽은, 명확하게 천하에 알려진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긴 팔다리, 큰 귀.
슬슬 오십줄에 접어들려는 나이지만 그 체구에는 아직 노화의 가혹한 영향은 나타나 있지 않다.
유비는 잠을 깨려고 작게 신음하고는, 옆에 시립해 있을 약사를 불렀다.
유비는 이 근래 혼자서 잠이 든다.
아내도 아이도 가까이하지 않는다.
한동안 밤에는 느긋하게 지내지 않으면 탕약의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약사가 말했기 때문이었다.
약사는 여느 때처럼 어둠 속을 살며시 통과하듯 해서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여느 때보다 그 동작이 어색하다.
- 지금 돌아왔는가.
그 물음에 약사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유비는 미소지었다.
- 그렇고그런 볼일은 안 듣겠다. 네가 봉(封)에게 이끌려 신야에 온 뒤로 계속 함께 있는 거다. 네 기색은 확실히 기억해 버렸어.
약사는 황송하여 깊숙히 고개를 수그렸다.
과묵한 남자이다. 항상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듯 하여, 쓸데없는 말은 일절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비는 그 약사에게 그리움마저 느끼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만났었나, 하고 물었으나, 약사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뭐, 그럴지도, 하고 유비는 납득했다.
옛날에는 썩은 걸 먹어도 끄덕없을 정도로 튼튼했기에 탕약 따위엔 코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변한 것은 몸뿐만이 아니다. 머리 회전도 옛날보다 꽤나 둔해진 기분이 든다.
공명은 요즘 한밤중에 외출하여 성 아래로 나가고 있는 듯하다.
좋지 않은 소문이 성 안에 만연해 있어, 아무래도 자룡도 그 여파로 고립되어 있는 모양이다.
문제는 산더미만큼 있다. 생각해야 될 일도 산더미만큼 많다.
조조의 문제, 공명을 향한 모두의 불만, 유봉과 아두의 일…
- 탕약을 다오.
하고, 유비는 손을 내밀었다.
신기하게도 이 탕약을 마시면 고민하던 머리가 시원해져 기분이 부드러워진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시간이 어떻게든 해 주겠지…
유비는 탕약이 든 그릇을 건네어 받았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그것을 입으로 가져간다.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던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 잠깐 기다려!

난폭하게 문이 열렸다.
순간, 피 냄새와 땀 냄새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직 반쯤은 꿈 속에 있던 유비는, 갑자기 뛰어들어온 두 남자의 손에 들린 횃불에 떠오른 처절한 모습에, 엉겁결에 비명을 질렀다.
튄 피를 뒤집어쓴 조운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숨차하면서도 눈만은 형형하게 빛나는 악귀와도 같은 공명.
얼굴 생김이 이상할 정도로 정돈되어 있는 탓에, 그 흐트러진 모습은 또 굉장하다.
- 주공! 그 탕약을 입에 대서는 아니 됩니다!
하고, 공명은 문에 기대듯 해서 숨을 고르면서도 말하여, 그것에 호응하듯 조운은 실례, 하고 낮게 중얼거리고는 유비에게서 그릇을 빼앗아, 옆에 있는 약사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 마셔 봐라.
약사는 놀라고 당황하여 내밀어진 그릇에서 얼굴을 돌렸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몸을 움직이자, 딸랑, 하고 서늘한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 어떻게 된 거야?
유비의 물음에 조운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다만 차갑게, 주공의 신뢰를 배신한 자를 내려다보았다.
그 웅크린 작은 모습은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으나, 조운은 속지 않았다.
- 아마도 오늘 밤의 그 탕약에는 독이 들어 있을 것입니다. 자룡, 그 자의 두건을 벗겨라.
공명이 명하는 대로 조운은 약사의 두건을 벗겨내었다.
저항하여 얼굴을 가리려고 했으나, 조운이 한쪽 팔을 붙잡자, 비통한 소리를 질렀다.
그 틈을 타, 조운은 이어서 다짜고짜 그 온화한 얼굴에 있는 용수염을 잡아뜯었다.
그것은 깨끗하게 조운의 손에 떨어져나왔다. 약사는 작게 비명을 질렀으나, 아픔 때문은 아니었다.
공명이 횃불을 들고 약사의 얼굴을 비춘다.
- 주공, 잘 보십시오, 이 얼굴을 보신 기억이 있으시겠지요?
시키는 대로 유비는 약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잠깐의 침묵 후, 유비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말을 꺼내는 일 없이 그저 눈에 눈물을 띄웠다.
- 이 자가 <고경>입니다.
용서 없이 공명은 고하였다.
<고경>. 그렇게 불린 자객은 고개를 푹 떨구어,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
온화한 얼굴, 부드럽게 살이 붙은 몸, 숱이 적어진 머리칼.
남장을 하고 있지만 잘 보면 그것은 중년 여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조금 몸을 달싹할 때마다 딸랑, 하고 방울소리가 난다.
유비는 입을 열었다.
- 너, 아직도 그걸 가지고 있어 주었는가.
고경은 고개를 떨군 채로 품에서 그것을 꺼내들었다.
잘 손질된, 은으로 만든 빗.
방울이 달린 그것은, 여자가 아직 젊고 아름다웠을 적에 그 검은 머리에 장식했을 물건.
칠 년 전 원소 아래에 있던 유비로부터 마지막에 건네어받았던 물건이다.
- 언젠가, 이것을 눈치채고, 저를 멈추어 주시지는 않을까, 덧없는 소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고 고경은 처음으로 가느다란 목소리를 냈다.

- 만일 제가 누구인지 깨달아 주셨다면, 저는 조공에게 등을 돌리고 당신을 도울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저 젊은 군사님에게 푹 빠져, 저를 좀처럼 알아 주시지 않았습니다.
이만큼이나 곁에 있는데도 전혀 저를 봐 주시지 않으시는 당신에게 저는 어느 새 임무를 잊어버릴 정도로 깊은 증오를 품게 되었습니다.
그쪽의 군사님에게는, 그야말로 몸을 천 갈래로 찢어도 모자랄 정도의 질투를 느꼈습니다.
당신들에게는 화풀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같은 생각을 품은 이들은 그 밖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자객이라는 것을 잊고, 어느 새엔가, 성의 대변자와도 같은 기분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유비는 그 말에 당황하고, 조운과 공명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공명의 안색은 파랗게 질려 있다.
조운은 초조함을 섞어 자객에게 말하였다.
- 궤변이군. 그대도 자객으로서 살아 왔다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든 억누를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을 것이다. 동정심을 유도하여 연명하려고 생각하는 거라면 한참 잘못 보았다.
주공이 밉고, 군사가 밉고, 이 마음이 성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말한다만, 너는 그 성 사람들에게도 독을 풀지 않았던가.
너는 임무를 한시도 잊은 적 없는 순수한 자객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이 속아넘어간다 해도 나는 속지 않는다.
조운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실낱만큼도 이 여자를 동정하지 않았다.
이 여자의 탓으로 성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평생 보지 않아도 될 것, 알지 못해도 될 것을, 이 여자는 모두의 마음 속으로부터 약이라는 비열한 수단으로 끄집어내고 말았다.
곧 시간이 흘러 작은 상처는 치유되리라. 그러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저주처럼 언제까지나 남아 마음을 옥죈다.
여자는 매달리듯 유비를 보았다. 그러나 유비는 눈을 감고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다.
이러한 때의 유비를 알고 있다.
가장 냉정해져야 할 때, 유비는 자신의 안에 있는 약함과 싸운다. 그런 때의 얼굴이다.
- 주공, 결단을.
공명이 재촉하자, 유비는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얼굴에는 주저도 연민도 없었다.
- 그 여자를 베어라.
- 분부대로. 위병, 그 여자를 끌고 가서 즉각 베어라. 고문은 필요 없다.
고문하면, 아마도 상당한 정보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하지 않는 것은 공명의 유비에 대한 약간의 배려였다.
- 미안하군, 둘 다, 잠시 혼자 있게 해 다오.
유비의 말에, 두 사람은 조용히 방을 물러났다. 어둠에 떠오르는 그 그림자는 여느 때보다 작게 사그라져 보였다.

성의 우물에 약을 푼 것, 그 때문에 모두 허언 망언에 걸려들기 쉽게 되어 있었던 것, 모두를 돕기 위해서 공명이 계책을 내어 조조의 자객을 붙잡아 처형한 것 등은 곧바로 유비에 의해 모두에게 전해졌다.
공명에 대한 평판은, 극적으로 좋아지는 일은 없었으나, 그래도 이전처럼 격하게 드러내 오는 적의는 사라졌다.
장비 등은 곧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명과 조운 각각에게 사과를 하러 왔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불민함을 부끄러워하여, 나서서 공명의 일에 협력하게끔 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 그 여자가 말한 것 반쯤은, 진실일 거야.
하고, 시간이 좀 지나서 공명은 툭 말을 꺼냈다.
공명은 조운과 함께, 훈련장이 한눈에 보이는 성벽 위에 있었다.
굉굉 바람이 신음하는 가운데, 공명의 옅은 색 포(袍)가 나부꼈다.
바로 아래에서는 장비의 호령에 맞추어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둥, 둥, 하고 징 소리가 대기를 진동시킨다.
장비의 옆에는 유봉이 함께 그것을 보고 있다.
그러나 그 위치가 이전과는 미묘하게 다른 것에, 눈치채는 자는 몇 없다.
- 그 여자가 내게 했던 것은, 망루에서 밀어 떨어뜨린 것과, 계상의 집을 습격한 것뿐이다.
- 그러면 침소에 쥐 사체를 넣은 것, 독나방을 국에 넣은 것, 강변의 사고는 누구의 소행인가.
- 강변의 일은 어쩌면 그 여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침소의 쥐 사체나 독나방 등은 공격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아.
틈만 나면 나를 죽이려던 자가 어째서 그런 시시한 수단을 쓰겠나.
오히려 나의 경계심을 부추겨서 암살을 어렵게 할 뿐이겠지. 사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결속을 다진 셈이지.
- 음, 뭐 그렇군.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 술자리에서 그 여자는 줄곧 유비 곁에 있어서, 유비가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그 여자에게 공명의 그릇에 수작을 부릴 여유는 없었다.
- 다른 내통자가?
- 그런 줄은 모른 채로 이용당하고 있었을 뿐이겠지.
하고 공명은 많이는 말하지 않은 채, 다만 바로 아래에 있는 유봉을 바라보았다.
부디, 하고 권유받고 데려와진, 재기발랄한 소년.
그 유혹은 장래를 크게 개척하는, 꿈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현실은 가차없이 대번에 그 희망을 베어넘겼다.
얼마 안 있어 태어난 적자(嫡子). 이어서 데려온 나이 젊은 군사.
적자라면 그래도 괜찮다. 그러나 양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과 같이 생판 남인 군사에게, 자신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맡기려 드는 것처럼 보인다.
소년은 발밑이 흔들리는 듯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 틀림없다.
소년에게는 후견인도 없고, 그리고 몸의 처신을 가르쳐 줄 이도 곁에 없기에.
- 할 수 있는 한의 일은 해 주고 싶다만.
공명은 유봉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고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그 눈에는 확실히 동정이 있었다.
- 나도 되도록 조심하도록 하지.
그렇군, 하고 공명이 맞장구를 쳤으나, 둘 다 유봉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
그리고 유봉을 둘러싼 환경은 공명에 대해 거부반응이 강하다.
그러한 장해를 돌파하는 것은 어중간한 일은 아닐 것이다.

- 그렇지, 깜빡 잊고 있었는데, 지금 준비할 수 있는 돈은 얼마 정도 되지?
팟 하고 표정을 바꾸어, 그 얼굴이 밝게 빛났다. 이런 때는 도리어 위험하다는 것을 조운은 학습하고 있었다.
- 돈? 왜, 그건.
- 잊었나, 마량의 요리사의 집 자물쇠를 망가뜨렸잖아. 변상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 말했다만, 그 집은 불타 버렸다.
- 그래. 그러니까 다시 세우는 일에 자금이 필요하다. 계상이 반, 내가 나머지의 사분의 일, 그 나머지의 사분의 삼이 당신이다.
- 잠깐 기다려. 어째서 내가 그렇게나 부담해야 하는 거지? 집을 때려부수라고 지시한 것은 너잖아.
- 그건 연소를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조치였다. 오히려 감사를 받았을 정도라고. 그러나 당신은 자물쇠를 부쉈잖아.
- 너는 집을 부쉈다. 나는 자물쇠밖에 부순 게 없어.
- 그거다. 자객들이 그 집을 습격했을 때, 쉽게 침입할 수 있었던 것은 어째서라고 생각하나?
- 응?
- 자물쇠가 부서져 있었기 때문이야. 만약 부서져 있지 않았다면 침입당하는 일도 없고, 집이 불타는 일도 없었을지도.
그 경우, 달려온 공명이 집 밖에서 적을 만나, 단숨에 베여, 지금쯤은 장례식, 이라고 하는 도식도 가능할 법하다만…
남자된 몸으로 시시콜콜한 말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은지라, 조운은 대꾸했다.
- 알았다. 그래서, 얼마가 필요한가.
공명은 슥 하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시했다. 일순간에 조운은 핏기가 가셨다.
- 비싸! 궁전이라도 세울 셈이냐!
- 못 들었나. 이번 일로 그 틀어박혀서 생각만 하던 계상이 뭔가 해내기로 결심해서, 드디어 우리와 같이 주공을 섬기기로 했어.
그걸 위한 저택으로, 그 집을 그대로 다시 세우자는 이야기가 되어서 말야.
설마 그런 작은 집에 마씨 집안의 백미라고 불리우는 영걸을 살게 할 수는 없겠지. 그래서, 좀 더 큰 집을 짓기로 했단 말이다.
- 그건 축하할 일이군. 그래서?
- 뭐가 그래서야. 지금 방금 알았다고 하지 않았나. 벌써 전언을 철회하는 건가.
이제 이 녀석의 말에는 맞장구를 치지 않겠다.
- 웃기지 마라.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봉록을 올려 줘. 내 수입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 거야?
- 벌써부터인가. 친해졌다고는 해도 곧바로 봉록을 들먹이다니, 천박하군, 자룡.
- ….
- 그런 얼굴로 노려보지 마. 한 번에는 무리라면 할부도 상관없어. 물론 이자는 없고. 그 정도의 자비는 나도 갖고 있다.
- ….
- 이런 시대에 무이자 할부로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은 운이 좋아. 내 주기라서 다행이군.
- ….

나는, 뭔가 터무니없는 재앙을 떠안고 있는데도, 그게 너무나 큰 나머지 별 도리도 없어서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고, 그만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불안이 가슴을 스쳤으나, 그것도 한순간의 일이었다.
보니, 입으로는 신랄한 말을 자아내면서도, 청년군사는 어딘가 즐거워 보인다.
그 친근한 미소는 유비에게조차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것이었다.
성의 사람들은 조운이 변해 버렸다고 탄식하고 있지만, 그래도 상관없나, 하고 조운은 생각했다.
결코 타인에게 관여하지 않고 열성을 갖지 않았던 자신의 변화에, 기분좋음마저 느끼고 있다.
탁 트인 푸른 하늘 높이 제비가 날아간다.
그 상쾌한 모습을 바라보며 조운은, 확실히 찾아올 고난마저도 지금이라면 쉽게 이겨낼 수 있을 듯하다고 생각했다.


おしま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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