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과 은의 빗(古鏡と銀の櫛)

전편(前編)

原作・はさみのなかま  翻訳・izleiさま


- …또인가.
눌러 참은 목소리에서 배어나오는, 살기와도 닮은 격한 초조함에, 신야성의 사람들은 문관 무관 신분의 높낮이를 불문하고 모두 움찔 몸을 떨었다.
조운은 여간한 일로는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분노이건 기쁨이건간에, 그 차가운 긍지를 무너뜨리는 일은 없었다.
애교와는 인연이 없거니와, 그렇다 해서 촌스러움도 없다. 원래부터 남들의 이목을 끄는 늠름한 풍모를 하고 있다.
그 때문에 날카로움이 먼저 두드러져, 틈이 전혀 없고, 항상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면을 만들어낸다.
그 얼굴에 격한 짜증이 드러났다는 것은 무슨 일일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용기를 내어 말을 거는 자가 나올 리도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늘상, 조운의 주위에는 사람이 적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도 엄격한 것이 조운인 것이다.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도 없고, 따라서, 그가 느긋하게 쉬는 모습을 본 자도 없다.
고고(孤高).
한 단어로 이 남자를 표현한다면, 그것이다.
주군인 유비를 대하는 마음은 의형제인 장비나 관우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조운은, 그것을 몸짓이나 말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줄곧 침묵한 채 행동으로 나타낸다.
웬만한 일로 실수는 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당연하다는 듯 요구되는 결과를 낸다.
그 완벽한 삶의 모습 때문에, 차갑다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든지 하는 험담이 생겨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조운 자신은 그 긍지를 바꾸려고도 않고, 바꿀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어이?
괴이쩍다는 듯이 유일하게 말을 걸어온 것은 장비였다.
턱을 덮는 호랑이 수염에, 두리번두리번 잘 움직이는 표정이 풍부한 큰 눈을 한 커다란 남자이다. 유비의 의동생이다.
일견 방약무인해 보이지만 실은 꽤 배려심 있는 사람인 이 장비는, 불안한 듯한 주위의 대표를 자처하고 나와 조운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 뭐가 또냐?
장비의 목소리에도, 조운은 표정을 풀지 않고 오히려 한층 얼굴을 험악하게 하고는, 생각했다.
입 밖에 내고 있었나.
자신을 잊는다, 는 것은 훈련이나 전투 중에는 가끔 있는 일이나, 이러한 일상에 있어서는 없었던 일이다.
그 정도로 조운은 초조함의 원인에 마음을 집중시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 두 번째다.
- 앙?
무슨 소린지 모르는 장비가 되물어 왔다.
조운은 애초에 말수가 적다.
해야 할 말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조운은 이야기할 말은 반드시 입에 올린다. 말수가 적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그 말이 필요최저한에다 간결하고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간결하다. 장비가 큰 눈을 빙글 돌려서 생각을 하고 있는 얼굴을 보이자, 처음으로 조운은 약간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 보호대상을 놓쳤어.
- 응? 그렇다는 건, 그건 물 녀석의 일이냐?
물, 이라는 것은 주군인 유비가, <내가 그를 얻은 것은 고기가 물을 얻은 듯한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을 받아친 것이다.
그 말은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듯, 유비가 고기, 맘에 안 드는 그 녀석은 <물 녀석>인 셈이다.
- 이게 두 번째다. 완전히 내쳐졌다.
씁쓸한 말을 뱉는 조운에게, 조금 높은 조소가 겹쳐졌다.
보면, 거한인 장비의 그림자에 묻히듯 해서 유봉이 서 있었다.
일전에 유비가 장사(長沙)를 방문했을 때, 마음에 들어서 양자로 삼은 소년이다.
유비의 친아들은 갓 태어난 아두라는 갓난아이 딱 하나이다.
아직 얼굴 생김이 뚜렷하지는 않으나, 명료한 말투와 총명해 보이는 눈빛이 유비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무용을 좋아하는 성질로, 장비와 친해져서, 항상 함께 병사의 훈련 등을 하고 있다.
- 한다 하는 자룡 님도, 물을 붙잡지는 못하는 겁니까. 물은 안개나 얼음 따위로 가지가지로 모습을 바꾸는걸요.
- 틀림없어. 그 창백한 얼굴을 한 선생에게 자룡이 말려들다니 말이다.
반사적으로 조운은 장비를 양껏 노려보았다. 과연 연인 장비도 웃음을 거두고 뒷걸음질쳤다.
- 어이, 너무 째려보지 마라. 난 물 녀석이 아니라고. 정말이지 그 놈은 성의 역병귀신이군. 그 녀석이 오고 나서부터 분쟁이 끊이는 적이 없어. 위건 아래건 가시가 돋쳐놔서, 오늘 아침만 해도, 고참 졸병들이 시시한 일 가지고 하마터면 서로 죽이려 들 뻔했다고.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형주의 술과 예주의 술 중 어느 쪽이 맛있냐를 가지고 말싸움을 벌였다지 뭐냐.
어느 쪽이든 기분좋게 취하게 해 주는 술이 최고다, 하고 장비는 투덜거린다.
그러나 조운은 장비의 수다에 응하지 않고 험악한 얼굴을 한 채로 말했다.
- 제갈공명이다.
- 앙?
장비는 다시 이상하다는 듯 되물었다.
- 물 녀석이 아니야. 엄연히 제갈공명이라는 이름이 있다. 제대로 이름으로 불러 줘라.
- 하아? 그딴 거, 알고 있다고. 뭐야, 형님이라도 되는 듯한 말투로. 물 녀석은 물 녀석이면 충분하지. 유봉, 너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 숙부님 말씀대로예요. 아버님의 군사열도 참 곤란하지 말입니다. 서서 님에게는 정나미가 떨어졌는데 질리지도 않으시고, 이번에는 양양(襄陽) 제일가는 괴짜를 군사(軍師) 자리에 앉히질 않나.
너무나도 확실한 말투에 조운은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유봉은 아직 소년이라고 해도 좋을 나이다. 언동이 확실한 탓에, 두뇌가 명석하고 강직한 인물로 장래 큰 그릇이 되리라는 평판이다. 겁을 내지 않는 성격상, 고참 병사들도 마음에 들어하고 있으나, 같은 숙부라도 관우에게는 반발하여, 같은 식으로 조운에게도 그다지 좋은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
관찰해 보면, 아무래도 입이 시끄러운 사람이나 이론을 내세우는 사람을 싫어하여 피하고 있는 듯했다.
- 군사 따위 없어도 싸움에 이겨보일 수 있대도 말야. 자룡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장비가 유도해 온다.
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기도 했고, 자신이 평상심을 잃고 있다는 것을 조운은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찡그린 장비와 유봉에게 등을 돌리고는 번거롭게 만드는 신입을 찾으러 갔다.


제갈공명.
장비나 유봉에 지지 않게 조운도 그 젊고 총명하고 고아한…그러나 남을 깔보는 눈을 한 얼굴을 떠올리면, 울컥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유비의, 순진한 어린애와도 같은 만면의 웃음을 떠올리고 어떻게든 짜증을 진정시켜 보았다.
서서와도 또 성질이 다른, 그리고 너무 젊은 군사에 대한 주위의 반발이 강한 것에 당혹하고 있는 것은 유비도 마찬가지다.
자신마저도 장비들처럼 명백하게 불만을 입에 올려 유비의 마음고생을 늘려서는 안 된다고 조운은 생각하고 있었다.
분노의 폭발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가냘프고 세상 물정 모르는 그 남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주인인 유비를 위해서일 뿐이다.

애초에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얼굴을 마주 대한 것은 유비에게 이끌려서였다.
예의상의 인사를 한 차례 나누고 눈이 마주친 순간, 조운은 직감으로 눈 앞의 청년에게 외포(畏怖)와도 닮은 감정을 품었다.
다음으로는 엄청난 눈이군, 하고 생각하였다.
기분나쁠 정도로 맑아, 전혀 용서가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척 봐도 범상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미려한 풍모. 더하여, 천 리 밖을 내다보는 듯한 눈빛. 쉬이 울려퍼지는, 탁함이 없는 목소리.
그 존재감은 지금까지 만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 유비조차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만일 적으로서 대면하였다면 조운은 주저 없이 그 자리에서 베었을 것이었다.
유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공포 때문에.

유비는 그 젊고 미려한 청년군사를 모두에게 소개하는 것이 기뻐서 참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유비는 공명에게, 이제부터 이 조운이 공명의 주기(主騎=호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 때의 공명의 당혹이 섞인 귀찮다는 듯한 얼굴을, 조운은 평생 잊지 못하리라.
그러나 유비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아무런 근심도 없이 말을 이었다.
- 소문을 들었는데 말야, 조조가 남하를 준비하기 전에 우리에게 자객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자룡, 넌 들은 적이 있겠지. 자객의 이름은 <고경(古鏡)>이라던데.
- 허, 관도의 싸움에서는 내부에서부터 원소 일족을 멸망시키는 데 한몫 했다고 하는 그 자객입니까. 분명 정체에 대해서는 일절 불명에다, 존재의 흔적도 남기지 않을 정도의 일류의 자객.
- 정보가 옳다면 그렇지. 근데 나도 거물이 되었단 말이지. 원소를 멸하는 데 썼던 자와 같은 자를 보내 오도록 되었으니. 뭐, 그만큼 이번 조조의 남하는 진심이라는 거겠지만.
하고, 유비는 마치 남의 일인 양 밝게 가가대소했다. 사지에 있다 한들 유비의 태양과도 같은 밝음에는 변화가 없다. 이 사람의 담대함을 조운은 무엇보다 존경하고 있다.
- 하나, 제가 주공의 주기에서 벗어나게 되면, 누가 후임을 맡는 겁니까.
-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난 당분간 장비나 관우와 함께 있을 예정이다. 그 녀석들, 공명이 오고 나서 아무래도 부루퉁하기만 하니까. 녀석들 기분 좀 달래 줘야 되기도 하고.
요 근래 약사가 처방해 준 기분을 가라앉히는 탕약이라도 마시게 할 셈이다.
너한테는 얘기했었나, 유봉이 데려온 약사 말인데, 이 사람이 처방해 준 탕약이 꽤나 궁합이 좋아서.
그게 또 장비 놈, 요즘 들어서 위장이 울컥울컥한다고 하기에 탕약을 권해 주니까, 이런 건 코를 틀어막지 않으면 써서 못 마신다는 둥, 다 큰 어른이 애 같이 한심한 소리를 하는 거야.
그 녀석은 별 수 없어, 하고 유비는 장비에게의 애정을 담아 웃었다.
문득 유비의 눈길이 먼 곳을 보는 듯한 그리운 것으로 변하였다.
- 그러고 보면 그립구만. 원소 쪽에 몸을 기대고 있을 때 정을 붙인 여자가 있었지.
짧은 교제였지만 그건 예쁜 여자였어. 같이 형주에 데려오려고 했는데, 고향에서 떨어질 수 없다면서 좀처럼 고개를 끄덕여주질 않았던가.
난 떠나는 마당에 그 여자에게 은으로 만든 빗을 보냈지. 내가 떠나도 잊지 말아 다오, 하고. 지금 생각해도 짠해져 버리는군.
- 하아….
옛 생각을 하며 글썽거리는 유비였으나, 준마와도 같이 다른 상념이 머리를 스쳐간 듯하여, 팟 하고 표정을 바꾸어 조운을 보았다.
- 여, 자룡, 또 혼담을 거절했다고? 그럼 안 되지, 가족을 가지고서야 겨우 남자는 한 사람 몫이 되는 거야.
이야기가 곤란한 쪽으로.
조운이 건성으로 대꾸하자 유비는 무엇이 재미있는지 또다시 크게 웃고는, 등을 탕탕 두드리고는 공명에게,
- 공명도 그렇게 생각하지?
하고 말을 건네었다.
죽 조용히 옆에서 몸을 사리고 있던 공명은 쓴웃음을 백우선으로 감추며,
- 그것만은 연(縁)이겠지요.
하고 무난한 답변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럼 이 뒤는 젊은 사람 둘이서, 따위 수완 좋은 노파 같은 말을 남기고 유비는 자리를 떴다.
- 천진한 분이시네.
금방이라도 공중에 뜰 것 같은 발걸음의 그 뒷모습을 배웅하며 공명은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말의 울림에 가시는 없다.
전임이었던 서서는 호인이기는 했으나, 주군인 유비에게조차도 어딘가 냉정한 면이 있었다.
조운은 후임인 공명이 세 번이나 맞이하러 가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는 까다로운 남자라고 들었기 때문에, 들떠 있는 게 유비뿐인 것이 아니면 좋으련만, 하고 몰래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우였던 듯하다.

그렇지만.

- 조자룡. 우리 주군은 저렇게 말씀하셨지만, 내 경호는 형식적인 것이면 된다.
갑자기, 유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순간, 공명은 빙글 돌아보고는 내뱉었다.
선명한 눈빛으로 똑바로 이쪽을 본다. 차가운 것은 아니나, 쉽게 친해질 수도 없다.
- 뭐라고?
반사적으로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조운은 당황하여 말을 고쳤다.
- 그렇게는 안 됩니다. 우리 주군의 말씀이라면.
순간, 공명의 눈길이 확연히 조운을 경멸하는 것으로 변하였다.
- 마음씀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어. 내 몸은 내가 지킨다. 당신도 좋을 대로 지내도록 하시길.
하고, 공명은 그대로 등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했다. 조운은 그 등에 손을 뻗었다.
서주의 사람은 키가 큰 남자가 많다.
공명도 같아서, 키는 조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훤칠한 체구에, 금욕적인 분위기가 있는 검은 포(袍)로 몸을 감싸고, 세련된 자수가 놓인 띠를 매고 있다.
어깨에 손을 걸치자, 순간 격렬하게 내쳐졌다.
- 내게 손대지 마. 무례한 놈!
이걸로 상대가 무인이었다면 순간적으로 조운은 공명을 주먹으로 때려눕혔으리라.
그러나 상대는 자신과 비슷한 키이면서도, 가냘픈 문인이다.
있는 대로 인내력을 동원해서 조운은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욕구를 억눌렀다.
- 제게, 무슨 불만이라도?
- 이유를 물어서 어쩌려고. 내가 필요 없다고 하고 있잖아. 조자룡, 지금까지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내 말은 어떤 것이라도 지켜 줘.
- 그러나 주공의 명령입니다.
- 주공의 명령이라면, 뭐든지 듣는 건가.
- 그런 것은…물론, 주공께서 이치에 맞지 않는 명령을 내리신다면, 본의를 의심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공께서는 절대 그런 명령은 내리지 않으시고, 무엇보다, 당신의 몸을 지키라고 제게 명하신 것은 주공의 배려. 설마 군사이신 당신이 그걸 모른다고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공명은 오히려 요염할 정도로 고집센 미소를 띄우더니, 타이르듯이 천천히 말했다.
- 주공의 두터운 정은 나도 자-알 알고 있어. 주공께는 내가 직접 설명해 올리지. 당신에게 폐가 되는 일은 안 할 셈이야.
- 그러니까?
- 그러니까, 보호는 필요 없어. 알겠나.
당당하다. 조운은 기분을 고치려 숨을 한번 토하고 다시 한 번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러나 그 잠깐을 틈타 공명은 재빨리 사라졌다.
이것이 해후였다.

조운은 스스로가 정이 두터운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더구나, 사람이 좋다는 말과는 인연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주군의 명령이라도, 아무런 실적도 없는 주제에 오만하고 무례한 신입 따위, 적당히 신경쓰는 정도로 그치고 내버려두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조운은 <고경>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
그자는 <고경>이라 불리고 있어, 자세한 정체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조조에 의해 원소진영에 파견된 끄나풀로, <고경>의 숨겨진 공적에 의하여 조조는 관도의 싸움에서 대승했다고 한다.
자객 중에서는 상당한 거물이라 해도 좋다.
고경이 쓰는 수단은 전혀 모르지만, 그자가 숨어든 진영은 마치 내부에서 부식하듯 무너져내린다고 한다.
유비는 확실히 외견만이라면 용이라 형용되기에 걸맞은 공명에 푹 빠져 있다.
설령 그 재능이 겉만 번드르르했다고 해도, 예를 갖추어 맞이한 군사를 조조의 자객에 의해 잃는 따위의 일이 일어난다면, 유비는 정신적으로 한동안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두렵다.

(응?)
문득, 난간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던 조운이었으나, 근처에 있는 큰 뽕나무 안에 무언가 검은 것이 보일락말락하다.
갈가마귀의 종류는 아니다. 어딘가에서 말리던 검은 옷감이 날려온 듯한 모습도 아니다. 걸려 있는 위치가 너무 높다.
검은 천으로부터 일부, 언뜻 보이는 금색의 자수.
조운은 간신히 그 정체를 눈치채고 당황해서 거목으로 다가갔다.
올려다보니, 몹시 기묘하게도, 제갈공명이 큰 나무의 한가운데에 걸려 있었다.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을까. 눈을 뜨고 있지만, 아연하여, 어찌저찌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 무슨 운 좋은…)
제대로 떨어졌다면, 지금쯤 땅바닥에 머리가 깨진 공명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을 것이었다.
조운은 슬며시 나무 위의 공명에게 말을 걸었다.
- 군사. 제갈공명 님, 무사하신가.
몇 번인가 말을 걸자 공명은 낌새를 챈 모양으로, 작게 소리를 흘렸다.
- 상처는 없는지?
- 상처?
하고, 공명은 한동안 멍해 있었으나, 이윽고 몽롱하던 의식이 돌아와, 자신의 몸 주위에서 바스락바스락하는 잎소리가 나는 이유를 떠올린 듯했다.
- 이런, 자룡. 근무 수고.
- 뭘 태평하게. 그보다, 거기서 움직일 수 있습니까.
응? 하고 공명은 주위를 둘러보고, 그러고 나서 다시 지상의 조운을 내려다보았다.
- 나는 바로 아까까지 망루에 있었을 텐데?
- 생각하는 건 나중에 하십시오. 만약 움직일 수가 없으면, 제가 도우러 가겠습니다.
라며 나무에 오르려고 하는 조운에게 공명은 대꾸했다.
- 그럴 필요는 없어. 자룡, 조금 더 거기서 떨어져 주지 않겠나.
- 설마, 뛰어내릴 셈인가. 다리뼈가 부러집니다.
- 됐으니까 떨어져. 내 몸은 내가 책임진다.
조운은 이제껏 진지하게 공명의 몸을 걱정하던 자신이 대단히 바보스럽게 생각되었다.
책임진다고 확실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멋대로 해라, 하고 조운은 무연한 얼굴로, 시키는 대로 나무에서 물러섰다.
공명 쪽은, 지면과 자신과의 거리를 눈으로 가늠하면서 능숙하게 다리를 움직여 튼튼한 가지 위에 발판을 만들고는, 탓, 하고 짧게 기합을 넣고서 팔락 우아하게 지면에 내려섰다.
의외다.
문인이라는 이들은 대부분, 둔하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한탄하며 큰 소란을 벌이거나, 아니면 빨리 어떻게든 하라고 화내며 고함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공명은 소란은커녕 태연하게, 그것도 스스로 내려왔다.
엉겁결에 조운은 입 밖으로 말하고 있었다.
- …당신, 생각 이상으로 활기차군.
그러자 공명은 코웃음치고 흘겨보듯 눈을 가늘게 떴다.
- 문인은 모두 젓가락보다 무거운 물건은 든 적이 없다, 따위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나는 서주에서 형주로 유랑해 온 몸이다. 난세의 무서움을 몸으로 알고 있어. 농사만 짓고 있던 것이 아냐. 몸을 지키는 수단도 제대로 알고 있다. 검도 쓸 수 있다고.
- 그건 실례했다.
왜 사과해야 되는 거지? 당황하면서도 솔직하게 사죄를 입에 올리는 조운을, 공명은 힐끗 차가운 눈으로 보았다.
이것으로 보통은 필시 차갑게 쏘아붙인 것처럼 보일 테지만, 여기저기 꼴사납게 나뭇잎이 붙어 있어서, 전혀 모양새가 나지 않는다.
공명은 나뭇잎을 떼어내려고도 하지 않고, 용서 없이 말을 이었다.
- 그런데 당신, 생각했던 것보다도 바보로군.
- 바보?
- 그래. 나를 도우러 나무에 오르겠다, 하고 말하던데, 이런 때에는 사다리를 쓰는 법이겠지.
나를 한 팔로 안고 땅에 내려올 참이었나?
- 그건 그렇다만.
- 역시 이 성 사람들 따위에게 내 신변보호는 무리다.
말하면서, 주위에 붙은 나뭇잎들도 그대로, 공명은 수연히 떠나려 했다. 순간, 조운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다.
- 기다려, 이 풋내기! 요사이 이쪽이 입 다물고 있으니까, 기분이 살아서는!
노기를 토해내는 조운을, 공명은 태연하게 돌아보았다.
- 정직하게 말씀드렸을 뿐입니다만, 무엇인지?
갑자기 말씨가 공손해진 것도 심기에 거슬린다.
- 웃기지 마라! 그러는 너는 뭔가. 무엇 하나 실적도 올린 것 없이 살해당할 뻔한 주제에. 그걸 제쳐놓고 무슨 소리냐!
- 어째서 살해당할 뻔했다고 단언하지.
- 망루는 이 근래에 보수공사를 한 참이라 벽이 무너진다든지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그곳의 벽은 내 가슴 높이까지 온다. 자신의 의지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이상은 거길 뛰어넘는 것은 무리다.
보아하니 당신은 세상 사람 전부가 죽어 없어지지 않는 한은 자기 목숨을 끊으려들지 않는 인간인 듯한데.
그러니 자살도 말이 안 된다. 그러면 생각되는 것은, 누군가가 당신을 밀어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 과연, 거기까지 생각할 머리는 있다는 거군. 그러나 하나 틀렸어, 조자룡.
나는 설령 온 세상이 죽어 없어진다 해도 절망하지 않아. 세상 사람 모두가 죽어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해도, 나는 내게서 다시 인간 세상이 시작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그게 살아남은 자의 의무라는 것이다.
라며, 공명은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조운은 화내던 것을 잊어버리고 기가 찼다.
확실히, 이 뻔뻔스러움이라면, 실현해 보일지도 모른다.
조운은 경이적인 인내력으로 한숨을 토하고 기분을 가라앉히고는 공명에게 물었다.
- 망루에는 누가 있었지? 자신을 밀어 떨어뜨린 자를 보지 못했나.
- 공교롭게도 혼자였던 데다, 다른 자의 기색은 못 느꼈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그렇지, 뭔가, 방울 소리 같은 작은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 방울?
- 한순간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잘못 들었을지도 모르지만…어쩌면, 소문의 <고경>일까. 나도 짧은 시간 동안 꽤나 유명해진 모양이군.
묘한 것에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역시 경호할 자를 붙여두는 편이 좋겠지. 내가 싫다면 누군가 다른 실력있는 자를 주공에게 추천하겠다.
그러자 공명은 처음으로 놀란 얼굴을 하고, 조운을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 어째서?
그 독특한,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강한 눈빛에, 조운은 당황했다.
그것은 자신의 이익을 좇으려는 천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호기심에서 일어나는 눈빛인 듯했다.
- 어째서도 뭣도 아냐. 실제로 너는 이렇게 목숨을 노려지고 있다.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서 공에 이어서 너마저도 조조에게 빼앗긴다면, 역시나 주공도 낙담하시겠지.
하고, 문득 조운은 의문을 품었다. 유비라면 목숨이 노려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아직 아무런 실적도 올리고 있지 않은 공명의 목숨이 노려진 것은 어째서인가.
조조는 서서 때는 일부러 그 모친을 찾아내어 곁으로 불러내 인질로 삼는다고 하는 수고를 들여 막하에 끌어들였다.
이 차이는 어째서인가.

문득 공명이 뭔가 불가사의한 것을 보는 눈길로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운을 바라보고 있다.
말의 의미가 먹혀들지 않은 것은 아니리라.
어째서 조운이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싫은 소리를 잔뜩 도로 끼얹어 주면 될 것을, 공명은 조운의 표정이나 태도로부터 그 진의를 캐내려는 듯했다.
조운으로서는 아무런 특별한 소리를 한 기억이 없었기에, 공명이 어째서 자신의 말을 이상하게 여기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까까지 경멸이 담긴 불쾌한 말과 비아냥거리는 소리만을 하고 있더니, 이 반응은 무엇인가.
조운은 초조함을 섞어 계속했다.
- 알았나, 이건 너 따위를 위해서가 아니다. 주공을 위해서, 주공을 위해서다!
순간, 얌전하던 것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 그렇게 몇 번이나 주공, 주공 하고 되풀이하지 않아도 듣고 있어. 당신 말야, 생각 이상으로 성격이 급하군.
서형은 조자룡이 제일 제정신이라고 평하고 있었건만.
- 시끄러워. 너 이외의 사람들은 전부 제정신이다! 네가 오고 나서 모든 게 삐걱삐걱한다. 쓸데없는 싸움이 산처럼 늘었어. 조금쯤은 진중하게 행동해라.
라고는 하지만, 꽤나 화풀이조이긴 하다.
성 안에서 싸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형주의 술과 예주의 술을 둘러싼 다툼 따위에 공명이 관계되어 있을 리도 없다.
아니나다를까, 공명은 뾰로통해졌다.
- 마치 지금까지는 평화로웠다는 듯한 말투로군. 단순히 나라는 존재가 익숙하지 않으니까 모든 것을 나쁘게 내게 연결시키는 것뿐인 게 아닌가. 이래서 생각이 짧은 사람은 싫어.
-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확실해져서 안심했다.
- 이 성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이 좁지.
라고 공명은 내뱉고는, 여기저기 나뭇잎이 붙은 채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 뒤를 조운이 따라간다. 한동안 나아가다 공명의 발이 딱 멈추었다.
- 왜 쫓아와?
- 나를 대신할 자가 지명될 때까지는, 나는 너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 필요 없다고 말했을 텐데. 장황하군, 조자룡.
- 몇 번이나 설명하게 하지 마라. 누운 용이 듣고 어이없어하겠다. 잠꼬대를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너를 지키는 건 단지 주공을 위해서다. 유비의 군사가 첫번째는 채여가고 두번째는 살해당했다, 따위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 …당신은, 생각 이상으로 말주변이 좋군.
하고, 공명과 조운은 격렬한 눈싸움을 벌였다.
만일 시선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아마도 그것은 번개와도 닮은 격심함이었을 것이다.
꺾인 것은 공명 쪽이었다.
- 좋아, 그렇다면 주공을 위해서, 당신의 제안은 받지. 단, 내가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제대로 말할 테니 혼자 있게 해 줘.
- 뭐야, 그건. 내가 당신을 완전히 신용할 수 없는 이상 그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너>에서 <당신>으로 호칭을 되돌렸으나, 공명은 그 마음씀을 고마워하지도 않고, 양미를 찌푸렸다.
- 당신과는 한동안 싸워야 될 듯하군.
받아쳐 주지, 하고 조운은 그 선연한 눈길을 빈틈없이 받아내며 생각했다.


- 여, 물 녀석은 도망가지 않은 모양이군.
하고, 본인으로서는 작은 목소리로 장비가 곁에 다가왔다.
주연(酒宴)이다.
장비는 언제나 그렇지만 술자리가 시작되기 전부터 기세가 올라 있었다.
실력이 있는 자가 악기를 손에 들고 성 아래에 찾아온 예능인들에 섞여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동료의 숨은 개인기를 야유하거나, 혹은 박수갈채를 보내거나 하면서 푸근하게 연회는 진행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무희들과 어울려 춤추는 자도 있다.
조운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어깨에 매달리는 장비에게 적당히 대꾸를 하며 힐끗 공명 쪽을 보았다.
공명은 유비의 옆자리에서 잔치의 모습을 태연히 지켜보고 있었다. 연회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가끔가다 미방이나 손건이 연장자스럽게 공명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특히 미방은 같은 서주 출신이라는 것으로, 말도 문제없이 통하기 때문에, 비교적 이야기가 잘 이어지는 듯하다.
공명은 낮 동안에는 병사들의 훈련에 얼굴을 내밀거나, 성 바깥 둑의 보수공사를 지도하거나, 혹은 마을들을 순찰하며 사는 모습을 보거나 하여, 정력적으로 일을 해내고 있다. 빠져들면 침식(寝食)을 잊어버리는 모양으로, 몇 번인가 조운이 주의를 주어(예와 같이 말싸움을 한 후에)식사를 드는 식이었다.
이 연회도 일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평시보다 애교가 있다.
유비 쪽은 어떤가 하면, 조용히 잔을 권하는 관우에게 탕약의 효능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다.
가끔 곁에 있는 유봉이 말참견을 하여 유비의 말을 거든다.
유봉과 유비의 등 뒤에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것이 소문의 약사인 듯, 눈에 띄지 않는 온화한 얼굴의 중년 남자였다.
유비는 의형제와 양아들, 그리고 가장 아끼는 군사에게 둘러싸여, 지극한 기쁨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약사에게 지시를 들었는지 하여, 모처럼의 연석인데도 거의 술에 손대지 않고 있으나, 가장 들떠 있는 것도 유비였다.

조운은 언제라도 공명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명은 미방과의 대화를 끝내고, 옆자리에 있는 유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유비의 몸이 공명 쪽으로 향하면, 그때까지 애교가 좋던 옆자리의 유봉의 얼굴이 얼어붙은 것처럼 차가워지는 것을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공명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하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 있다.
조운은 어깨에 걸쳐진 장비의 팔힘을 의식하며, 안도하였다. 이 분위기라면 장비의 징소리 같은 목소리도 닿지 않으리라.
- 진짜, 형님은 뭣 때문에 저런 오만한 놈을 군사로 앉힌 건지. 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서서 공은 좋았지, 검객이었다고 하는 얘기니까, 우리들이랑 근본은 똑같았다고. 확실히 그닥 사이좋게는 안 됐지만 말이다, 우리들 일을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풍이었으니까.
저 물 녀석은 좋은 집 도련님에다, 고생은 모르지, 젓가락보다 무거운 건 들어 본 적도 없는 부류인 게 확실하다고.
- 아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앙? 하고 장비가 술 냄새 나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 군사는 의외로 몸이 가벼운데다, 확실히 오만한 편이긴 해도, 일하는 것은 서서 공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것은 공명에게 밉보이면서도 주기로서 근무하면서 실감한 것이었다. 조운은 이치에 닿는다면 설령 자신의 심정에 반하건 상대의 기분을 망치건간에 솔직하게 말하는 성격이었다.
장비는 조운의 직언에 유별스럽게 눈을 치켜떴다.
- 어이어이, 재빠르게도 둥글어진 건가. 저 녀석은 깔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알고 있나, 아무래도 성 아래에 여자를 두고 있다는 소문이라고.
- 여자? 어디서 들은 건가.
- 소문이야. 모르는 것은 너랑 형님 정도가 아닌가. 아무래도 밤이면 밤마다 성 아래로 나가고 있다는 듯하다.
저 선생의 여편네라는 건 대단한 추녀라지. 그것도 시골 촌구석에 살고 있었던 터라, 줄곧 참아 오다가, 간만에 도시로 나온 김에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겠지.
그 증거로 여편네는 시골의 집에 두고 온 채다. 확실히 색남이니까, 여자에는 부자유스러울 것도 없을 거다.
그 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장비는 크게 코웃음쳤다.
- 썩은 선비가. 그런 녀석에게 목숨을 맡긴다니, 도저히 못할 노릇이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조운은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공명에 대한 반감에 사라진 것은 아니나, 납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공명이 외출할 때는 거의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으나, 몰래몰래 여자놀음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어딘가에 그 흔적이 보이게 마련이다.
게다가, 밤이면 밤마다 성 아래의 첩의 집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등의 행위는, 저 군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요 며칠새 마음에 새겨져 버렸기 때문일까…

문득, 조운의 시선에 호응하듯 하여 공명이 이쪽을 보았다.
이쪽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일까 하고 생각한 조운이었으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여느 때는 오만불손할 정도로 흔들림 없는 눈빛이, 명백하게 동요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조운은 장비를 슬쩍 받아넘기고, 눈에 띄지 않게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운은 그 큰 체격의 훌륭한 용모로 인하여 눈에 잘 띄는 남자였으나, 유비의 주기의 경험이 길었으므로, 그림자처럼 몸을 놀리는 기술을 체득하고 있다.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공명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공명은, 소매에 숨기듯이 해서 음식상에 있던 그릇을 보였다.
조운은 그 내용물을 보고 낮게 신음했다.
국이 들어 있던 그 그릇에는 불길한 문양이 몸체에 떠올라 있는, 생김새며 색 배합이 몸서리쳐질 정도로 기분나쁜 독나방이 떠 있었다.
- 입에 대지 않았나.
- 괜찮아. 내가 손을 댔을 때에는 아직 살아 있었다. 날갯짓소리가 나지 않았더라면 마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누가, 하고 조운은 술자리를 둘러보았다.
누구도 이쪽의 모습을 신경쓰고 있지 않다.
한편으로 공명은 조운 쪽을 보지 않고, 어디까지나 연회를 즐기고 있는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고 있었다.
이 녀석, 꽤 대단한걸, 하고 조운은 감탄했다.
공명은 조운에게 얼굴을 돌리지 않은 채로, 연석의 다른 자들에게는 청아한 웃음으로 답하면서, 목소리만은 낮고 긴장되게 상황을 전한다고 하는 어려운 일을 해치웠다.
- 오늘 아침에도 침소에 쥐의 사체가 던져져 있었다. 이 성 사람들은 너무 음습하군.
싸잡아 매도당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운은 불끈하면서도, 공명에게 맞추어 목소리를 깔고 답하였다.
- 확실히 당신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는 자는 많지만, 이 성에 음습한 악질 장난을 하는 자는 없어.
- 어째서 단언할 수 있나. 당신만 해도, 아까부터 장비 님과 계속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나.
조운은 말문이 막혔다. 거북하다.
공명은, 설명할 수 있나, 라고 말하고 싶다는 듯이 도발적인 시선을 돌려 왔다. 조운은 어색한 가운데에서도 결코 변명뿐이 되지 않도록 진중하게 어휘를 고르며 대답했다.
- 장비 님은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입에 올리고 마는 천진난만한 성격인 거다. 그 대신 뱃속으로 흉계를 꾸미지는 못해.
내가 주공의 부하가 되었을 때도 역시 같은 식으로 꽤나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어느 새엔가 익숙해져서, 지금은 혈육과도 비견되는 관계가 되어 있다.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곧 당신도 그렇게 될 거다. 지금이 참을 때라고.
그러자, 처음으로 공명은 조운 쪽을 보았다. 그 창백한 얼굴에는 이제 험악함은 없고, 오히려 공명 쪽이 당황하고 있었다.
- 당신도 같은 식으로? 그건 정말인가?
-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주공께 물으면 된다. 그 당시는 주공은 원소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어서, 주공의 입장은 지금보다 훨씬 나쁘고 위험한 것이었다.
분명 이것저것 잔소리는 들었다만, 내게 시시한 괴롭힘을 걸어 오는 자는 한 명도 없었어.
- 혹시, 위로해 주고 있는 건가?
완벽하게 빚어진 가면과도 같은 얼굴에, 희미하게 홍조가 비치고 있다.
기쁜 듯하다.
뚱하게 하고 있는가 하고 생각하면, 느닷없이 뒤통수를 치듯 솔직한 반응을 돌려주는 녀석이군, 하고 생각하면서, 수줍음을 숨기려 조운은 무연히 대꾸했다.
-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도 상관없다. 그보다, 이건 내가 버리고 오지. 당신은 이제 아무것도 입에 대지 마라. 입에 대는 척을 하고 있어라.
부탁하지, 하고 짧게 대답하고는, 공명은 처음으로 그 입가에 서먹한 미소를 띄웠다.
그렇게 웃으니, 나이 이십팔 세가 된다고 하는 청년은, 소년처럼 천진하게 보였다.

다음 날, 조운은 둑의 공사를 지도하러 나간 공명과 동행하여 성을 나섰다.
공명은 시야가 트인 높은 대 위에 서서 도면과 둑 공사의 진행상황을 비교하고 있다.
공명이 지도하고 있는 둑은, 어려운 부분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몇 번이고 공사가 되어 있으나, 물의 기세가 집중되어 강하기 때문에, 굳혔던 흙도 금세 원래대로 되돌아가고 만다.
그 탓에 무녀 등을 불러서 하백(河伯)을 달래는 제사를 반복하고 있었으나, 공명은 그것을 중지시키고, 스스로 공사의 감독으로 나섰다.
공명의 세세한 지도 하에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오늘까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성내에서는 질투도 있을 법하나, <물 녀석이니까 치수(治水)도 잘한다>따위로 평가되고 있다.
인부가 흙을 운반하여 둑을 다져 간다. 그 모습을 공명은 도면과 꼼꼼하게 비교하면서, 몇 번이고 질리지도 않고 바라보고 있다.
공명이 막 부임했을 때 공사현장은, 강변에 인부가 모여서 그저 돌멩이를 굴려, 배급되는 식사를 받고, 저녁이 되면 귀가할 뿐인 형태였다.
공명은 우선 인부들의 두목들을 모아,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 나서, 인부들 사이에 <성에서 배급되는 쌀을 슬쩍하고 있다>는 풍문이 있던 감독관을 조사하여 파면시켰다.
다음으로 그 감독관의 아첨꾼이 되어 있던 자를 모두 추방하고, 새로이 인부 두목을 아래에서부터 선발하여 높은 보수를 주었다.
공명의 지시에 따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차린 인부들은 활기를 띠어, 작업효율은 올랐다.
당초에 인부들은 명백하게 성질이 다른 청년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었으나, 공명이 학문을 과시할 뿐 잘난 척하는 선비와 달리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데다, 대처도 빠르다는 것을 알고서, 날이 갈수록 공명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고 오기에 이르렀다.
사근사근한 자들은 묻지도 않았는데 가족 자랑 등을 하여 주위의 쓴웃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명 본인은 어떤 이야기라도 흥미 깊게 듣고는, 상담을 해 오면 적확한 답을 돌려주고 있었다.
이윽고, 일하는 자들의 눈이 생생하게 노동의 기쁨에 빛나게 되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만 하고 느릿느릿 작업을 하던 자들이 지금은 자신들의 공사에 신경을 쏟고, 그뿐인가, 공사를 순조롭게 진행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로 공부하여 거꾸로 공명에게 제안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부들은 완전히 공명에게 친숙해져서, 식사시간이 되면 일부러 자신들의 식사를 공명에게 보내 올 정도였다.
공명은 또, 조악한 식사를 기쁜 듯이 나누어 받는다.
반라에 땀투성이인 인부들과 섞이어 말쑥한 용모의 청년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은 흐뭇하면서도 심하게 부각되어 보였다.
- 자룡은 안 먹나?
하고, 기가 차서 그걸 보는 조운에게 공명 쪽에서 드물게 말을 걸어 왔다.
인부들과 섞이면서도, 그렇다고 녹아들려고 무리하고 있는 낌새는 없다.
소박한 재료로 만들어진, 양만 그득한 식사를 맛있게 먹으면서, 공명은 조운의 답을 재촉하듯 조금 고개를 기울여 보였다.
이러한, 자신의 진의를 무턱대고 끌어내려는 몸짓에 약하다. 조운이 당황하여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자, 공명은 인부들에게 말을 걸었다.
- 푸른 하늘 아래에서 일하고 난 뒤에 먹는 식사만큼 맛있는 게 없지. 그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질문을 받은 주위의 인부들은 그렇고말고요, 하고 밝게 자랑스런 대답을 공명에게 돌려주었다.
서서도 행동력이 있는 남자로, 역시나 이곳저곳에 얼굴을 비치고 있었으나, 항상 혼자였다.
딱히 친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긍지를 그립게 생각하면서, 조운은 대꾸했다.
- 나중에 먹지. 둘 다 식사하고 있는 와중에 자객이 찾아오면 대처가 늦어지니까.
- 과연, 여러 가지로 배려가 있는 거로군.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 먹을 테니.
아니, 소화가 안 될 테니까 천천히 해도 된다, 하고 조운이 받아치자 공명은 어색한 웃음 같은 것을 희미하게 띄웠다.
연회에서 독나방이 든 국을 버려 준 후로 공명은 약간은 조운에게 마음을 터놓게 되었다.
이전과 같은 고슴도치처럼 뾰로통한 태도는 자취를 감추고, 조운이 마음을 써 주면 꼬박꼬박 감사의 말을 하는 정도로 성장했다(그전까지는 두어 마디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므로, 대단한 진보였다).
조운도 조운으로, 망루에서 떠밀리건, 침소에 쥐 사체가 던져지건, 국에 독나방이 넣어지건, 자신을 적대시하는 자들에게 무시당하건, 대놓고 한숨세례를 받건간에 떠들지도 당황하지도 않고 태연한 공명에 태도에, 이건 단순히 유들유들할 뿐인 남자는 아니군, 하고 생각하게 되어 있었다.
한두 번이라면 심히 둔감한 것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명은 자신의 생명의 위기를 파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 항상 그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다.
자라난 내력은 완전히 다르지만, 그 두둑한 배짱은 어딘가 유비를 닮았다고까지 조운은 생각했다.

문득, 공사현장이 시끄럽다.
우당탕탕 하는 천둥소리 같은 굉음이 나서 보니, 재목을 실어 둔 짐대의 그물이 풀려, 재목이 그 근처에서 쉬고 있던 인부들을 향하여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평화롭던 강변은 한순간에 대소동이 일어났다.
재목을 쌓은 짐대는 5대 정도 있었으나, 그 모두가 한꺼번에 망이 끊어진 것이었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재목에 깔린 이, 피하려다 발이 미끄러져 강에 떨어진 이 등등, 대혼란이었다.
조운은 곧바로 내달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공명 쪽이 한 걸음 빨리 달려나가고 있었다. 조운은 그 뒤를 따르는 꼴이 되었다.
현장은 혼란스러워져, 여러 명이 강에 빠져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으나, 다른 인부들은 안전한 장소로 도피하는 데 급급하여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 뭘 하고 있나!
평소의 온화함과는 동떨어진, 벼락이라도 떨어진 듯한 박력으로, 공명은 인부 두목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당황할 뿐이었던 두목들은 그 목소리에 정신이 든 듯, 이리저리 도망치는 인부들을 모으러 움직였다.
그리고 공명은 강변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지그시 강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이윽고 포를 벗어던지더니 두말없이 수면으로 뛰어들었다.
엉망진창이다.
수습되고 있던 현장은 공명이 물에 뛰어든 것으로 다시 한 번 소란이 커졌다.
공명은 수영의 달인인 면을 보여, 어려운 물길을 헤집고 헤엄쳐 물에 빠진 인부들에게로 향했다.
그것에 맞받아 인부 두목들은 군사님을 도우라고 모두에게 호령하여, 작은 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운은 그 배에 스스로 올라 인부들을 지도하여 물에 빠진 이들에게 접근했다.
공명은 물에 빠진 자들을 끌어올려 다독이고 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강의 흐름이 빨라, 방심하면 금세 급류에 휘말릴 듯해 보였다.
조운은 인부들을 다그쳐 공명과 공명이 구한 인부를 어찌저찌 끌어올렸다.
그 후 다른 이들을 끌어올렸으나, 몇 명은 손쓸 수 없어서, 하류에서 가엾은 익사체가 발견되었다.


재목을 실은 짐대의 그물 전부가 한꺼번에 자연히 끊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공명의 작업을 방해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 조운은 성 안에 음습한 방해공작을 벌이고 있는 자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졌다.
성내는 어째서인지 사고가 났던 것을 이미 모두 알고 있어서, 그것 보라고 중상과 비방이 활개치고 있는 상태였다.
조운은 공명이 스스로 인부들을 구하기 위해 강에 뛰어든 일 등을 이야기했으나, 징 앞에서 쥐가 우는 것과 같이, 거의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였다.

조운은 마치 열병에 걸린 듯 공명의 험담을 재미있다는 듯 퍼뜨리는 동료들에게 짜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유비의 진영이라는 것은 이런 음습한 장소가 아니었을 터이다.
여럿이 떠들면 떠들수록 개개인의 수치심은 옅어진다. 소란을 싫어하는 자는 침묵하면서도 원인인 공명을 미워한다. 악순환이었다.
그러나 억지다. 아무도 제대로 공명을 직시하고 있지 않았다.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하고 망상이 가미된 허언만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이런 어두운 부분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제갈공명이라는 존재를 계기로 한번에 분출된 것에 지나지 않는가…이 소란 속에서, 변함없이 명랑한 것은 유비뿐이다.

공명은 조운보다도 빠르게 인부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 일로 조운은 공명을 크게 다시 보았으나, 정작 본인은 깔끔하게,
- 물에 빠진 이가 있으면, 구하는 게 당연하지.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하류에 떠오른 익사체도 공명 스스로 나서서 그 유체를 끌어올리도록 지시한 것이었으나, 사망자를 내 버린 것이 견디기 힘겨웠는지, 공명은 그 이래로 전혀 식사를 입에 대지 않게 되어 버렸다.
조운은, 사고가 기도된 것으로 책임은 공명에게 있지 않다고 위로하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뿐인가, 야밤이 되면 몰래 성을 빠져나가 성 아래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조운은 그것을 알고, 촌스러운 짓을 하고 싶지 않아 말없이 지나쳤지만, 배신당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의 일이었다.
아침에 훈련을 위해 밖에 나오니, 장비가 심하게 토하고 있었다. 그것을 유봉이 돕고 있다.
어떻게 된 건가 하고 조운이 묻자, 장비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달고 하소연했다.
- 어떻게고 저떻게고, 우리가 항상 쓰고 있던 우물에 개 시체가 있었다더구만. 그것도 꽤 이전부터라는 것 같다는데. 젠장, 마셔버렸잖아!
장비는 보기와는 달리 섬세한 부분이 있다. 격하게 흐느껴 울면서 개의 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묘하다. 조운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개가 잘못해서 떨어질 수 있을 정도의 높이인 우물이 아닌데.
- 누군가가 던져 넣었겠죠. 그 범인도 알고 있습니다만.
유봉의 불온한 발언에 조운은 미간을 찡그렸다.
- 누군가.
조운이 묻자 장비는 신음하듯 말했다.
- 그딴 거, 말 안해도 알 거 아닌가, 물 녀석이라고.
- 설마.
하고, 반사적으로 조운은 대꾸하고 있었다.
공명은 자존심이 높다. 그리고 신경질적인 청년이다. 그러한 점들을 짧은 기간 동안에 조운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공명이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 같은 차원의 보복을 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물며 개를 죽인다든지 시체를 어디에선가 가져온다든지 해서 우물에 던져넣는 일 따위,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음습한 못된 짓을 할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다.
조운의 반응에 장비는 크게 코웃음쳤다.
- 어찌된게, 자룡, 너 최근에 꽤나 물 녀석을 감싸고 있지 않은가. 완전히 썩은 선비의 호위견이 되어 버렸다고 다들 어이없어하고 있다고.
- 호위견이라고? 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했나. 당신인가, 장비.
- 나뿐이 아냐, 전부 다! 범인은 그놈이 틀림없지. 그 밖에, 이런 음험한 짓을 할 자식이 우리 동료 중에는 없어.
- 군사도 동료다.
- 어림짐작만으로 말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하고 유봉도 장비를 옹호했다.
- 개 시체가 던져넣어졌다고 생각되는 날부터, 군사는 이 성 안에서 식음을 전혀 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 그건 우연이겠지. 몇 번이나 말하지만, 군사가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은 일전의 사고 때문이다. 말로는 하지 않지만 끈질긴 악질 공격에 상당히 내몰려 있는 거다.
- 헷, 완전히 길들여져서는! 그런 놈, 동료는 무슨 놈의 동료. 알겠나, 다같이 이야기를 했다고.
형님은 그 녀석에게 속고 있다. 그놈이야말로 우리 형제의 유대를 끊어놓기 위해서 조조에게 고용된 간첩일지도 모른다. 형님이 뭐라고 하든 그놈을 이 성에서 배제하는 수밖에 없지.
- 배제한다고 하는 건 무슨 의미인가?
- 말 그대로야.
- …만약 군사를 죽일 셈이라면, 나는 당신을 치겠다.
협박도 거짓말도 아니다. 조운은 진심이었다. 언제라도 칼을 뽑을 수 있도록 몸의 태세를 천천히 갖추었다.
기술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나, 힘으로는 밀린다.
장비는 괴물과도 같은 완력과 바닥이 보이지 않는 지속력의 소유자이다.
승산이 있다면, 장비에게는 없는 빠른 속도로 기술을 반복하여 앞지르는 수밖에 없다.
- 네놈….
장비에게도 조운의 살기가 전해졌는지, 차츰 그 표정이 얼어붙어 간다.
연인(燕人) 장비가, 전장에서밖에 보여주지 않는 표정으로 변해 갔다.
그것은 이미 동료에게 보일 만한 것은 아니었다.
두 대장부의 심상치 않은 기색에, 서서히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동료들은 둘의 역량을 알고 있었기에, 누구도 말리려 들지 않는다.
곁에 있는 유봉도 마찬가지다. 소용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어디까지고 물 놈 편을 들겠다는 거로구만? 이건 최후의 질문이다, 대답해라, 자룡.
- 주공께서는 내게 군사를 지키라 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 명령에 따르는 것뿐이다. 나는 주공을 섬기고 있다. 아무리 당신이 주공의 의동생이라도, 주공의 의향을 무시하고 군사를 해하려 하는 당신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
- 후회하지 마라!
말하자마자, 장비는 곁의 벽에 세워 둔 창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조운도 그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장비가 태세를 갖추기 전에 검을 빼어 짓쳐간다.
죽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장비를 저지하려면, 기절시킬 뿐인 정도의 애매한 공격은 되려 화를 부른다.
진심으로 죽일 셈이 아니면, 이 천하에 둘도 없는 호걸과 대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조운의 혼신의 일격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속도에서는 몇 단이나 상회하는 그것을, 장비는 슬쩍 몸을 튕기는 것만으로 시원스럽게 넘기고는 창으로 쳐내었다.
그러나, 다시금 얼굴을 험악하게 하여 조운을 노려본다.
- 쳇, 진심인가. 팔이 저리잖아!
조운 쪽은 얄미운 소리를 할 여유도 없다.
장비가 체세를 정비하는 약간의 틈을 노려, 두 번째의 공격을 내뻗었다.
격렬한 금속음이 울려퍼진다. 이것도 받아쳐졌다. 그러나 그만둘 여유는 없다.
세 번째, 네 번째… 장비는 그것을 전부 받아치면서, 슬금슬금 후퇴해 간다.
주위의 눈으로는 조운이 유리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장비는 방어 일변도로, 전혀 공격해 오지 않았다.
조운의 칼끝이 너무나도 날카롭고 빠른 탓에 대처할 수가 없다…는 식으로도 보였다.
조운은 그러나, 위험한 예감을 품으면서 검극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반응이 너무 없다.
장비를 점점 몰아붙여 간다.
배후에는 벽이 버티고 있다.
조운은 창을 휘두르기에는 너무 가까운 위치에 다다라 있었다.
창을 휘둘러진다면, 장비에게 대적할 자는 없어진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검으로 품에 뛰어들어 창을 쓰지 못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장비는 창을 방패처럼 다루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장비의 등이 벽에 닿았다.
조운은 다시 한 번 혼신의 일격을 가했다.
터무니없이 빠르고, 그리고 무거운 일격. 제대로 맞았다가는 갈비뼈를 꿰뚫고 내장이 찢겨진다.
뒷일은 알 수 없다.
장비는 공명을 죽이겠다고 하고, 조운은 공명을 지키라는 유비의 명을 받았다.
그러니 싸운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장비의 몸통을 쳐낼 셈이었던 그 칼끝은, 챙그랑, 하고 벽에 부딪쳤다.
설마.
장비는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도약력을 보여, 크게 뛰어올라 조운의 등 뒤로 돌았던 것이었다.
배후에 강렬한 살기를 느껴, 거의 본능적으로 조운은 날아온 창끝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피해진 순간에 장비는 슥 뒤로 빠지더니 창을 세웠다.
이제는, 그 품으로 뛰어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장비는 완전히 자세를 갖추어, 사모(蛇矛)로 무서운 검극을 반복해 왔다.
완전하게 형세역전이다.
조운은 진짜 뱀처럼 자유자재로 변화하며 덮쳐오는 창끝을 교묘하게 피하면서도, 받아넘기는 것에 급급해져, 점차 몰려 갔다.
장비의 괴력으로 생겨나는 일격은 사람을 간단하게 둘로 쪼갤 정도의 것이다.
그것을 받아치는 조운의 도량도 굉장하지만, 그러나 검의 강도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공격을 견뎌낼 만한 것이 아니다.
장비는 조운의 재빠른 움직임에 생각대로 공격이 되지 않아 짜증을 내고 있었으나, 공격이 둔해지는 일은 없다.
쩍, 하고 둔한 소리가 났다.
이어지는 검극에, 검이 미처 견뎌내지 못하고 드디어 부러져 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장비의 손놀림은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부드러워지긴커녕, 좋은 기회라고 여겨, 짐승 같은 포효를 내지르고는, 혼신의 일격을 가해 왔다.
살해당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 눈 앞에 형체 없는 것이 스쳤다.
빛이었다. 눈부신 그것은 조운을 응시하는 장비의 충혈된 눈에 부딪혔다.
장비는 당황하여, 순간 손으로 눈을 가렸다.
천재일우의 호기.
조운은 재빠르게 장비의 품으로 뛰어들어, 그 거구의 팔을 잡아채어 반동을 이용해 공중에 내던졌다.
콰앙, 하고 커다랗게 땅이 울리며, 장비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대로 눈알을 굴리고 있다.
유봉을 필두로 한 병사들이 지면에 뻗은 장비에게 달려간다.
무슨 일인가 하고 모여든 자들이 끊임없이 조운에게 무언가를 소리치고 있으나, 들리지 않는다.
조운은 그들을 전부 무시하고, 단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자웅이 가려짐과 동시에, 재빠르게 발길을 돌렸다. 그 모습을 조운은 놓치지 않았다.
빠른 발걸음으로 떠나려고 하는 그 뒷모습을 따라잡아, 조운은 윽박지르듯 말을 걸었다.
- 군사! 무슨 속셈인가!
- 아무런 속셈도 없어. 시시한 싸움으로 영웅호걸의 하나를 잃는 걸 참을 수 없었을 뿐이다.
- 웃기지 마라!
조운은 이번에야말로 공명을 힘으로 붙잡아세우고는 뒤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그 품 속에 재빨리 감춘 그것을, 난폭하게 빼앗았다.
거울이었다.
공명은 무연한 얼굴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면서, 이전의 경멸로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 설마, 그런 거울 조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내가 <고경>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
-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것도 정도껏 해라! 이런 조잡한 도구로, 어째서 승부를 방해했나!
공명은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완전히 흥분해 있던 조운의 얼굴이, 조금씩 냉정해져, 불안마저 느낄 정도의 침묵이 이어진 후, 간신히 공명은 말했다.
- 하아?
- 하아, 가 아냐! 바보는 어느 쪽인가. 신성한 승부에 주제넘는 짓을 하다니!
- 그렇지만, 내가 이걸로 장비 님의 눈을 어지럽히지 않았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죽었을 건데요?
- 승부는 마지막까지 모르는 거다! 나라고 해서, 전혀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야.
- 호오. 설마, 일부러 일격을 맞고 장비 님이 방심한 틈에, 곁에 있는 작은 검으로 품에 뛰어들어 찌른다, 고 하는 건 아니겠지. 초보의 눈에도, 그 일격이 맞았더라면 틀림없이 목숨은 없으리라고 알 수 있었는데.
그 말대로였다.
- 으. 아니, 그 밖에도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다.
- 어떨지. 당신은 어떻게 돼 있어. 그런 바보같은 이유로 같은 편끼리 싸우다니.
대체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조운은 대번에 머리에 피가 몰려, 주먹을 꽉 쥐었다.
그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공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야유하듯 말했다.
- 때려서 기분이 풀린다면 마음대로. 다만 얼굴은 그만둬 줘. 부어오른 얼굴로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주공께서 걱정하실 테니까.
유비. 그 이름이 나오면 약하다. 조운은 또다시 경이적인 인내력으로, 주먹을 천천히 풀었다. 그리고 기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숨을 토했다.
- 주기로서 말하지. 장비의 말은 이 신야성 전체의 말이다. 당신은 의심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신변에 주의를 해 줘.
- 말하지 않아도.
하고 공명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너무나 용모가 정돈되어 있기에, 무표정이면 무표정일수록 차가운 인상이 늘어나는 것이었으나, 그 속에서도 어딘가 애교가 보일락말락한 것은 몇 안 되는 장점일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자니, 공명의 표정이 문득 변하여, 똑바로 조운을 쳐다본다.
그 눈길은 이제껏 없을 정도로 진지한 것이었다.
- 당신도 주의를 하시는 것이 좋아. 당신은 나를 감싸는 자라 해서, 나와 같은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생겼다.
나를 해치려는 자들이 보기에 당신은 장애물일 뿐이다. 그것도 실력이 좋다는 것을 충분히 자랑해 버린 셈이지. 공격은 좀더 교묘해질 거다.
조운은 사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장비가 공명을 죽이겠다고 말했으므로,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한 것이었다.
공명은 곤란한 얼굴의 조운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은 경멸이 담긴 것이 아니라, 친근감이 담긴 것이었다.
- 자룡, 당신이 위험해진다면, 내가 지킬 테니 안심하는 것이 좋아.
내가 같이 있는 한은, 설령 신야성의 전원을 적으로 돌렸다 한들 두려울 것 따위 무엇 하나 없는 거다. 뭐, 큰 배에 탄 기분으로 있으면 돼.
며칠 전이라면, 이 무슨 오만한, 하고 불쾌해했을 테지만, 지금은 묘하게 든든하다.
당당한 말투에 무심코 조운이 알았다, 하고 대답하자, 공명은 싱긋 웃으며 떠나갔다.
조운은 처음으로 공명이 평범하게 웃는 것을 보았다.

後編へつづ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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